결혼 전, 상견례 전에 인사를 드리러 간 남편의 집에서 나는 적잖이 놀랐다.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전라도 지역 연고가 없는 나로썬 제대로된 전라남도 목포, 고흥의 억센 사투리를 듣고 오해아닌 오해를 하고야 말았다. "엄마한테 저렇게 말한다고? 왜 저렇게 화가 나있고 툭툭쏴대지?"
결혼 5년 차쯤 시댁 식구들과 다같이 여행을 간 자리에서, 역시나 서울 태생으로 서울에서 쭉 나고자란 둘째 시매부님도 십여년 전,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간 시댁 식구들을 만나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비하하는 건 아니다. 지역적 특색의 억양과 말투가 있는 걸 익히 잘 알고 있고 남편과 여러 해를 살다보니 툭툭 내뱉는 그 쎈 말투에서도 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이다'같은 명쾌함도 있는 지역말이 전라도 사투리라 생각하는 어떤 경우도 왕왕있다.
결혼 전 그러니까 연애때 남편의 말투는 한없이 부드러웠고, 심지어 형제 자매가 없는 무남독녀 내게 든든한 사람이 생긴 듯한 "오빠가 해줄게. / 오빠가 할께. / 오빠가 해줄까?" 늘 오빠, 오빠를 외치던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오빠의 말투가 바뀐건 결혼하는 순간부터 였고 결혼 초 남편의 말투로 여러번 울고불고 난리친 적이 있었다.
나 : 오빠(지금은 오빠소리를 못하고 늘 "여보"이지만 그땐 나도 다정했겠지), 나 이것 좀 해줘!
남편 : 아따~! 나 지금 이거 하고 있잖~~냐~~~ (물결로 표현해보는 짜증섞인 말투)
늘 본인은 습관화된 전라도 사투리라 했고, 감정이 섞인 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늘 남편과 논쟁을 펼쳤던 것이 사투리와 말투는 다르고, 전라도 태생인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으며 저건 너의 말투라고 끊임없이 가르쳤다. 전라도 지역 연고는 없지만, 직업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는 내가 전라도 출신의 여러 사람을 만나봐도 습관적으로 짜증을 섞거나 혹은 대화 첫 마디에, "아따~" 등의 부정어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고, 그건 너의 말투라고 그래서 나는 상처받는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결혼 생활 내내 우리는 이 말투로 티격태격해왔고, 결혼 햇수로 17년차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늘 "사투리 듣기 싫으니 서울말로 고쳐라! 그게 사투리라면 고쳐야지. 이제 애도...."라며 애가 태어난 이후에도 잔소리를 했었다. 결론은 처음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난 그의 말투에 상처를 받는 날이 비일비재하고, 이젠 6살 된 딸까지 남편의 말투를 따라한다. 평소 대화에선 많이 개선된 남편이지만 조금만 흥분한 상황이 닥치면 본인은 사투리라 우기는 짜증섞인 말투로 나를 공격해온다. 나도 이젠 그의 말투를 배워 강도높여 똑같이 하면 "너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짜증이냐?"며, 내게 대꾸한다. 그래, 결국 너와 나는 지 얼굴에 똥묻은 줄 모르고 서로의 탓만을 하는구나.
이제는 그 말투를 배워 등원 시간 늑장부리는 딸에게 무어라 말만해도 내 딸이 이렇게 대꾸한다. "아~ 진짜. 한다고. 지금 하고 있으니까, 엄마 잔소리 좀 하지마~~~~"라며, 말꼬리의 음을 끝까지 잡아빼며 짜증났음을 표현해내는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 부부상담을 진지하게 받아봐야하는 건 아닐까 심히 고민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