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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집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리뷰

by 최시헌

N.H.클라인바움의 장편소설인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각색된 영화로 더 알려진 작품으로 명문고등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을 소재로 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물론 이 작품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서평과 리뷰를 남겼지만, 이 글에서는 이 소설을 단순한 청소년을 위한 성장 소설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자유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종착점은 어디인지에 대해서 다루는 복합적인 작품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영화의 시작은 미국의 명문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의 입학식에서 교장님이 연설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교장 선생님의 연설은 웰튼 아카데미의 전통적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는 각각 전통,명예,성실함과 뛰어남이다. 이는 웰튼 아카데미의 보수적이고 엄격한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연설에 이어 잠시 존 키팅 선생님의 취임에 대해서도 언급되기도 한다.


엄숙한 의식이 끝난 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각자의 기숙사에서 만남을 가진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토드 앤더슨,네일 페리,녹스 오버스트릿,찰리 달턴,스티븐 믹스 등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전통적 가치들을 두고“Travesty,horror,decadence,excrement(엉터리,공포,타락,배설물)”등으로 비꼬면서 학교에서의 스트레스를 풀며 이야기를 나눈다.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네일의 아버지는 학교를 떠나기에 앞서 네일에게 의사가 되기 위해 외부활동(동아리등)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결국 네일은 꼼짝없이 학교 공부에만 전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 상황에 놓인 네일에게 존 키팅 선생님의 등장은 신선했다. 키팅 선생님은 휘파람을 불며 첫 시간부터 학생들을 데리고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이 모아놓은 트로피와 상장함으로 향한다. 그 앞에서 키팅 선생님은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인용하며 자신을 ‘캡틴’이라 소개하고는 로버트 해릭의 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을 읽을 것을 시킨다.


바로 그 시의 유명한 구절인 “Gather ye rosebuds while you may(그대 장미 꽃봉우리를 모을 수 있을 때 모아라.”라는 시구에 대해 비슷한 말로 라틴어 Capre diem, 혹은 영어로 Seize the day(오늘을 잡아라.)라고 소개하며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다.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자,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트로피와 상장함 바로 앞에 가까이 서서는 과거의 영혼들이 그들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라고 말한다. ‘이곳을 거쳐간 모든 이들도 한 때는 너희와 같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이었지. 그러니 오늘을 잡아라.’


그 다음 영어 시간에 키팅 선생님은 시의 이해 라는 책의 서문을 학생들이 읽도록 시킨다. 책에서는 중요도와 완벽함에 따라 함수와 같이 정량적으로 시를 평가할 수 있다고 적혀져 있었다. 그러나 이내 키팅 선생님은 이거야 말로 진정한 excrement(배설물)이라고 말하며, 그 서문을 전부 다 찢어버리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학생들을 모아 시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친다.

‘We read and write poetry because we are members of the human race. And the human race is filled with passion….(중략)..But poetry,beauty,romance,love. these are what we stay alive for. What will your verse be?(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인간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그렇기에 시,아름다움,낭만,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야.너의 시는 무엇이니?)’


네일은 키팅 선생님의 문학적인 가르침에 감동을 받고 웰튼 아카데미를 졸업한 동문이기도 한 선생님의 기록을 뒤져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네일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대해서 네일이 키팅 선생님에게 물어보자, 선생님은 이렇게 답한다.


‘The Dead Poets were dedicated to sucking the marrow out of life. (Thoreau)(죽은 시인의 사회는 삶의 정수를 완전히 흡수하는 데에 바쳐진 동아리였지..)’


그러자 달턴은 그냥 단체로 시를 읽고 앉아있는 애들이 아니냐고 비꼬듯이 물어보았지만 키팅 선생님은 이렇게 답한다.


‘No, mr. Overstreet, it wasn’t just guys. We weren’t Greek Orgamization. We were romantics. And we didn’t just read poetry, we let it drip from our tongues like honey.(아니, 오버스트릿군, 우리는 그저 애들이 아니었네. 우리는 고대 그리스 학자들도 아니었어. 우리는 낭만주의자들이었지. 우리는 그저 시를 읽은 것이 아니였어. 우리는 시가 우리의 혀에서 꿀처럼 떨어지도록 읽었지.)’ 키팅 선생님의 말을 듣고 ‘죽은 시인의 사회’ 매료된 네일과 학생들은 밤중에 숲속으로 몰래 나서 작은 나무 옹이 구덩이에서 자신만의 시를 짓고 자유로운 대화를 펼치며,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킨다.


다음 수업 시간에 키팅 선생님은 책상에 올라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치며 시를 쓰는 관점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주고는 자작시를 써올 것을 과제로 내준다. 그런 일련의 수업들을 통해 네일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인생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 가지게 된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연극 공연을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만다. 그 이후로도 키팅 선생님과 학생들은 파이프도 피우고 농구도 하면서 자유로운 청춘을 즐긴다.


마침내 네일이 학기말 겨울, 셰익스피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결국 네일은 아버지와 피할 수 없는 갈등을 맞이하게 된다. 네일의 아버지는 네일이 군사학교와 하버드대를 졸업해서 의사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네일을 매우 호되게 나무라게 된다. 매우 비참하게 좌절을 한 네일은 결국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이 소식에 네일과 가장 친했던 토드,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들은 매우 슬퍼한다.


하지만 키팅 선생님은 자기 자식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부모와 학생의 자살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학교의 조치에 따라 학교를 떠나게 되는데, 이때 떠나기 전 학생들은 마지막 영어 수업시간에 책상 위로 올라가 선생님에 대한 경례를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이토록 비극이지만 어쩌면 오늘날 우리 현실은 이보다도 더욱 삭막할지도 모른다. 네일이 꿈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택했을 만큼의 열정을 가졌던 것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좋은 성적과 치열한 경쟁 이상의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도,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단체의 존재도, 존 키팅 선생님과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없었을 일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세상에는 존 키팅과 같은 스승이나 주변 동료, 친구들은 사실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자기 청춘의 이상이라든지, 그도 아니면 진로라도 정하기 어려워하거나 그에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인간의 존재 의미라든지, 낭만이라든지, 삶의 정수라던지와 같은 가치들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한가한 일을 하기에는 우리는 말 그대로 의사 되고 변호사가 되는 게 아니면 살 길이 막막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키팅 선생님의 부재는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고 보다 새롭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로 작동하는데에 큰 장애물이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왜 키팅 선생님은 오늘을 잡으라고 했는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꾸만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구받기 때문이다. 정작 그러한 요구를 하는 기성세대는 다가오는 미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무조건 자신들의 경험에만 비추어 권위적으로 청년들의 시대를 결정하려 한다.


그러나 청년들의 오늘은 그들의 오늘이고 청년들의 찬란함도 그들의 빛이다. 오늘, 현재의 고삐를 잡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 다른 이들에게 희생되거나 아무런 의지도 없이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키팅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권위로서의 전통이 아닌 불멸하는 영혼을 우리에게 새겨다줄 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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