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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찍는 카메라”

by 맨발바닥


사진작가이자 수행자로 살아온 지난 30년...

렌즈 너머, 수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둠을 찍는 카메라”?

음..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도 하는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반드시 빛이 있어야 한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카메라에 어떤 상도 맺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둠을 찍는 카메라 라니..


사진과 수행이라는 두 수레바퀴를 굴리며 살아온 나날

나는, 어둠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하나의 빛을 보게 되었다.

중세에는 화가들이 손으로 풍경이나 인물을 그려 외부세계의 대상을 담아왔다.

이후 빛이 바늘구멍을 통과해 거꾸로 상이 맺힌다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에서

사진은 시작되었고 필름이 만들어졌으며, 카메라가 발명되었다.

과거엔 필름카메라로 촬영하던 것이 디지털카메라로 바뀌었고 지금은 핸드폰의 카메라로

사진은 사람들에게 일상처럼 다가왔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셔터막을 통과해 필름에 상을 맺는다.

즉 외부세계를 담아내는 도구이다.

그 대상이 풍경이든 인물이든,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웃고 있는 사람은, 웃는 모습으로, 찡그리고 있으면

찡그린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오랜 시간 카메라와 함께 많은 사람들을 촬영하다 보니.

카메라와 인간의 인식 과정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오감을 가지고 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이 다섯 가지 감각은

눈, 귀, 코, 혀, 몸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의 80% 정도를 시각에 의존한다.

카메라와 렌즈, 어두운 셔터막을 통해 들어온 빛, 필름에 맺히는 상(相)

인간의 눈을 통해 들어온 외부세계의 빛, 그 빛은 기억이라는 상(相)으로 남는다.

작가가 셔터를 “찰칵 “ 누르는 순간, 조리개가 열리면서 빛이 들어오고 액정 화면에는

이미지가 뜨듯이 ,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숲 속을 거닐며 대화하는 순간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되어 내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에게는 “마음”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영역이 있고.

이 어두운 내면세계에는 온갖 것들이 잠자고 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 거부하는 마음, 웅크리고 압축된 에너지들이

뒤엉켜 꿈툴거리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 있는 내면세계의 에너지와 외부세계의 빛이 조우할 때

당신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돌고, 근육은 서로 당겨지며, 입가에는 미소가 퍼진다.

반대로,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의 빛이 서로 충돌할 때는

당신의 얼굴이라는 액정화면에는 어두운 빛이 감돌고 근육은 수축하며 미소는 점점 옅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당신의 내면에는 어떤 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카메라가 “찰칵” 하는 순간은, 당신이 고개를 돌려 외부세계와 맞닥뜨리는 순간이며

당신의 내면 에너지가 밖으로 표출되는 시간이다.

눈동자 속 깊이 잠자고 있는, 응어리진 삶의 무게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카메라는 외부 세계를 담아내고,

인간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찍는 카메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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