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보고 깨달은 것

부모님의 사랑

by 맑은하늘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물건을 뽑으라면 나는 신발을 택할 것이다. 맨발로 마루를 걷다가 마른 밥풀 한알, 아니 그보다 작은 과자 부스러기라도 밟으면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깨끗한 집에서도 가끔 무언가를 밟고 고통을 느끼는데 집 밖에서는 오죽하랴! 오늘도 내 발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신발한테 한없이 고맙다.


내 발대신 모진 시련을 겪는 신발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신발은 나의 연약한 발바닥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돌멩이, 날카로운 모서리, 뜨거운 아스팔트로부터 보호해 준다. 이처럼 부모님도 내가 자라는 동안 든든한 울타리로 항상 보호해 주셨다. 엄마 친구들은 아직도 우리가 하나 둘 서울로 대학 간다고 엄마 품을 떠날 때마다 엄마가 많이 우셨다고 말씀하신다. 언제나 강인해 보였던 엄마도 다 큰 자식이 가혹한 세상에서 상처받지는 않을지 마음 졸이셨다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신발을 보면 세상의 모든 풍파를 막아주려는 부모님의 사랑 가득한 마음이 느껴진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한다. 아빠는 몸이 아픈 날에도, 회사에 가기 싫은 날에도, 피곤해서 쉬고 싶은 날에도 가족을 위해 일하러 가셨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시는 동안 한 해 두 해 조금씩 늙어가셨다. 나의 발이 다치지 않도록 오늘도 힘차게 땅을 밟으며 조금씩 해져가는 신발에서 묵묵히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부모님의 인생이 느껴진다.


아기 때 숟가락 쥐기, 신발 똑바로 신기, 단추 채우기부터 부모님한테 배웠다. 시계 보기, 구구단 외우기부터 취업 면접까지 부모님한테 배우던 순간이 기억난다. 엄마가 된 지금도 아이가 아플 때, 학교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요리할 때는 엄마한테 제일 먼저 전화해서 여쭤본다. 이처럼 부모님은 평생토록 내 인생의 길잡이이셨다. 부모님은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혹여나 잘못된 길로 새지 않도록 나를 항상 바른 길로 인도하신다. 이 구멍에서 저 구멍으로 신발끈을 안내하여 마침내 내 발을 꽉 잡아주는 신발에서 내 인생의 나침반이신 부모님이 보인다.


신발은 시간이 지나면 해져서 새 신으로 바꿔 신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어떠한가? 자식이 힘들게 할 때 다른 아이로 바꿀 수 있는가? 만약 바꿀 수 있다면 내가 말 안 듣던 때 부모님이 진작에 바꾸셔서 마치 중고시장에 떠도는 물건처럼 자랐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우리가 아무리 속 썩여도 사랑으로 품고 보듬어주신다. 자식 때문에 점점 지쳐가는 순간도 있겠지만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약 삼아 또 내일은 힘내서 일어서신다. 나는 매일의 삶에서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을 느낀다.


100세 시대가 왔다. 몸은 60대부터 서서히 노화되는데 수명은 계속 늘어난다. 평생토록 나의 신발처럼 나를 든든하게 보호해 주던 나의 부모도 저물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내 인생 최고의 베스트 드라이버이신 부모님이 이제는 운전대를 놓으셨다. 걸을 수 있는 범위도 점점 줄어든다. 이제는 부모님의 신발을 벗고 내가 부모님의 신발이 되어 드려야겠다. 참 오랫동안 받아온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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