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처 또한 나였을까

<추억의 마니>

by 머묾

그런 상처 또한 나였을까

<추억의 마니> ★★★☆☆

“어쩌면, 우리가 일기를 쓰는 이유”



주인공 '안나'는

자기의 감정을 밖으로 잘 표현하지 않던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 방황하던 소녀이다.



그런 안나는 몸이 좋지않아

당분간 친척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친부모의 손에서 자라지 못한 탓은 아니었을까.



양부모는 아픈 안나에게

친부모가 아니라는 미안함에

홀로 자책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골로 간 안나는

왜인지 익숙한 느낌의 저택을 발견하게되고

그곳에서 ‘마니’라는 소녀를 만나

둘만의 비밀인 추억을 쌓게된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가 퇴장한 이후의

스튜디오 정체성을 고민하던 시기의

전환점의 영화이다.



주인공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며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영화의 내용은 좋았지만

전개의 탬포가 느린 감이 없지않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또한 마니의 기억세계에서 나올때면

어딘가에 쓰러져있는 채로 발견되거나

주변 어른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점은

자연스럽지 않기도하면서도

어려운 영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추억의 마니>는

그저 지루하고 어려운 영화였을까?





우선, 주인공 안나가 겪는 사춘기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릴적, 부모를 잃은 안나를

보살피길 거부하는 주변 어른들과

자신을 키워주며

돈을 받고 있던

양부모의 모습을 알게된 안나는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라며

어느 무리에도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의 존재를 거부해왔다.



그런 삶을 살던 안나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필요로 인해 자신의 무의식 속 기억들을

자신도 모르게 하나하나 꺼냈던 것이다.



어릴적 할머니가 자기전에 들려주시던

무의식 속 기억이 된 할머니의 이야기는

마니를 돕기 위해

다시금 마니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니는,

안나에게 다시 ‘기억’이 되었다.

사라졌던 이름과 얼굴은

다시금 기억으로서 살아난 것이다.



사람에게 기억이란,

내일을 살아갈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하고,

죽지않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찾기 전의 안나

자신을 잃어버린 방황하던 아이였지만

마니의 이야기를 듣고

내일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고



‘히사코’만이 기억하던 마니의 존재

안나가 기억해주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더 따뜻하지않았을까.





히사코의 기억 속, 일기장 속 마니는

잊고 지낸 누군가였을까.

아니면 어릴 적의 나였을까.



어쩌면

상처받은 나를 다독여준,

어린 시절 나의 일기장이지 않았을까.



믿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그것조차 말하지 못했던

일기장 속, 우리의 기억 속 어린 마음이

마니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라고 믿었던 안나는,

마니를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가장 사랑받았던 아이’였다는 것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누군가와의 만남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받아들이기까지의 누군가의 기억,

한 사람의 마음이 자라는 서사였다.



마니의 이야기,

자신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조부모님의 마음을 들은 안나는

끝내 울 수 있었다.



감정을 들키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그리고 눈물이 지나간

그 부끄럽지 않은 자리에는

조금은 성장한 모니터 너머의 우리가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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