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1분짜리 엉터리 일본 여행정보 - 23

사라져 가는 낭만

by 배동일


영화나 다큐멘터리 대륙횡단 씬에서 종종 등장하는 침대열차.

한 번쯤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일까?


먼 나라 얘기 같지만 실은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침대칸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좁은 땅덩어리에 웬 침대칸?

윗몸일으키기 하듯이 등 붙였다가 바로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열악한 철로 상태와 느린 기차 속도로 잠깐 눈 붙일 시간이 있었나 보다.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침대열차가 존재하지 않지만

바로 옆나라 일본에는 아직도 달리고 있다.

기차에서 잠을 잘 정도면 상당한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이 광활한 대륙을 가진 나라나

필요할 것 같은 침대열차가 섬나라인 일본에?

실은 그래서 일본에서도 거의 사라졌고 딱 1개 노선만 남았다고.

국내선 비행기를 타거나 신칸센을 타면 몇 시간 내에

전국 어디라도 도착할 수 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도태일 듯.


예전 홋카이도 여행을 갔다가 동경으로 돌아올 때 침대열차를 탔던 적이 있다.

호쿠토세이(北斗星).

삿포로에서 우에노까지 1,200km, 약 16시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에

소풍 가는 초등학생처럼 설레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간에 식당칸에서 프랑스 코스요리를 먹게 되는데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눈발이 날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와인 한잔.

그때 드르륵 열리는 열차문. 옆칸에서 넘어온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사내.

마치 빈자리를 찾듯이 무심하게 주위를 쓱 둘러보고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한 중년의 남자 앞으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권총을…

스미마셍. 과몰입 금지. >.<


ChatGPT 장난이 심해졌다. 나를 이렇게 건강하게 해주다니 ㅠㅠ


아무튼 낭만이 넘치는, 인생에 남는 기차여행이었는데,

아쉽게도 15년 운행종료되어 더 이상은 탈 수 없다.

차량의 노후화, 신칸센 대비 경쟁력 열세, 줄어드는 승객

철도회사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되어 버린.


다행히 사라져 가는 낭만을 홀로 외롭게 지켜내고 있는

침대열차가 딱 하나 남아있다. 썬라이즈 이즈모.

역시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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