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는 분은 사양하겠습니다.
혹시 쿄토에 가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이치겐상오코토와리(一見さんお断り).
직역하자면 처음 뵙는 분은 거절합니다인데
뒤집어 말하면 기존 단골손님의 소개로 오세요라는 의미.
기분이 상할 수 있다.
기존 단골손님이라면 일본인일 가능성이 높은데,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는 일본사람도 없고 아예 오지 말라는 거냐?
괜히 외국인을 받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거고 차별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오해다.
일본사람들에게도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엄격히 적용되는 룰이니
절대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비단 쿄토에만 있는 관행은 아니다.
다만 쿄토가 역사가 길다 보니 전통적인 관습이 남아있고
게이샤가 나오는 고급 요리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요정이라고 불리는 고급 요리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장소에서 정치인들이나 사회 각계 주요 인사들이 식사를 겸하면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밀실정치라고 비판을 받는.
전국시대에도 마찬가지.
다이묘들과 사무라이들이 시국을 논하고 작전을 짜고 했을 텐데
비밀스러운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가기를 원치 않았을 테고.
하물며 당시는 닌자라고 불리는 첩자의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 아니던가.
처음 보는 손님을 들여보내기가 꺼려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이유는 진상 손님을 사전에 예방하고
손님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격식 있는 고급 요리점이기 때문에
괜히 이상한 고객 받았다가 소란을 피우기라도 하면
가게 평판이 낮아질 수 있는 리스크가 크고,
기존 단골손님으로부터 새로 오는 손님에 대해서 사전 정보를 입수해서
그에 맞춰서 화두도 준비하겠다는 철저함도 포함되어 있는.
이런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식당들은 (특히 기온거리에 많다)
지금도 게이샤나 마이코가 나와서 연회를 돕는 경우가 많다고.
게이샤와 마이코를 혼동하기 쉬운데,
게이샤는 완성된 연회의 달인,
마이코는 한창 배우고 있는 과정의 견습생.
둘은 외모와 복장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마이코가 어리고 화려하게 장신구로 치장하는 반면,
게이샤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고 수수하지만 품격이 있는 복장.
머리도 본인의 머리가 아닌 가발 (설마 흰머리 새치 때문? ㅠㅠ)
게이샤나 마이코가 등장하는 연회는 비싸다.
기본 두 시간 공연에 수십만 엔.
유튜브 간접체험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