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어느새 창틈 사이로 적막이 찾아오네요
세상은 캄캄해지고 보이는 건 허연 달빛뿐
내 친구는 차가운 바람뿐입니다
어둠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
그때, 그렇게 보내는 게 아녔습니다
차마 잡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본 건
사라져 가는 그대의 뒷모습뿐이었습니다
뭐가 그리 급해
단숨에 가셔야 했나요
시간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잘 꾸며진 정원도 나란히 걸어보고
눈 뜰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가을 햇살도 함께 맞으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웃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뭐가 그리 급해가셔야 했나요
야속한 당신을,
보고 싶은 당신을
이제 가을바람 속에,
낙엽 속에 묻으려 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