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의 시작. 자유는 남는 용기였다.

테러보다 빠르게 도망친 남자

by 루미아


요르단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혼자는 아니었다.


친한 친구와 그 친구의 남자친구, 우리 셋이 함께 떠났다.
왠지 든든했고, 이 낯선 나라에서의 첫 시작이 조금은 덜 무서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수도 암만에서 실제로 테러가 벌어졌다.
뉴스 속에서 보던 위협이 바로 눈앞의 현실이 되자
친구의 남자친구는 일주일도 채 안 되어 혼자 짐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렸다.

친구는 떠난 남자친구 보란 듯이 남았다.


나는 이상하게도… 못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지 않았다.
테러보다도, 다시 그 답답한 현실로 돌아가는 게 더 무서웠다.
그 숨 막힘을 다시 견디는 게 두려웠다.

우리는 둘이서 하루하루를 서로 의지하며 함께 보냈다.
아랍어도 배우고, 영어도 틈틈이 공부했다.
거리에서 우릴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듯했지만,
자유롭다는 감정이 그 모든 시선을 이겨냈다.



그때, 한인 여행사 사장님의 권유로
생애 첫 가이드 일을 시작하게 됐다.
말 잘한다는 얘기는 늘 들어왔지만,
그 재능이 이렇게 쓰일 줄은 나도 몰랐다.
새로운 세상을 안내하고, 함께 웃고,
그러면서 내 안의 '일하는 나'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취미 같았던 일이,

인생의 진짜 전환점이 되었다.




자유는 단지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딜 책임을 스스로 끌어안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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