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엄마라는 직업
둘째 돌잔치가 끝나고
작은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온 진단은,
신종플루였다.
2009년,
뉴스마다 신종플루 소식이 쏟아질 때였다.
'몇 번째 사망자 발생'
'모 배우의 아들, 신종플루로 사망'
차갑고 무서운 문장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갔다.
병원은 요청하지도 않은
1인실을 내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지 말라고 했다.
남편도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둘째와 나, 단둘이 그 방에 남겨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졌다.
두려움이 밀려올 법한 순간에,
나는 오히려 고요했다.
“내가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
“내 손으로, 내 곁에서.”
결혼 전의 나는
사소한 일에도 웃고 울던 평범한 아가씨였다.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작은 일에도 불안해하던 나.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단단하게 그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지에 대답하듯
우리 둘째는
따뜻하게 내 품에 안겨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때 깨달았다.
엄마는, 어떤 상황에도 강해진다.
그것이 사랑이니까.
두려움이 찾아올 때
사랑은 그보다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