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반대, 그리고 야반도주

나는 내 아이를 지키고, 엄마를 떠났다

by 루미아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우리의 연애는 계속됐다.

우리 집도 변함없이

나를 향한 간섭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남자친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 방법은 하나다.

결혼을 해서 이 집을 나가는 것.


그즈음,

큰애가 생겼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심 기뻤다.


이제 결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시련은 시작되었다.


그 애는 죽어도 안 돼.”


엄마의 반대는 예상보다도 강했다.

엄마가 나열하는 이유들은

그때 내 귀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문전박대당하고,

무시받는 남자친구가 안쓰러웠고,

미안했다.


매일 소리를 지르고,

매일 싸우고,

눈물로 지새운 나날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까지 생겼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제는 받아들여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엄마는 말했다.


지우러 가자.”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몰래 집을 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밤 집을 나서며

나는 내 아이를 지키고자

내 엄마를 죽였다


문을 닫는 순간

엄마의 세상에서 나는 사라졌을 것이다.

나는 그저 내 아이를 지키려 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의 마음은 찢어졌다는 걸

정말 몰랐다.


아마 언젠가,

사람이 죽기 전

가장 기쁜 순간과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스쳐 간다면,

나는 그 문을 닫고 나왔던 그 장면이

가장 아프게 떠오를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세 딸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 엄마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는 걸.

그때 엄마가 붙잡으려 했던 건,

내가 아니라 나의 행복이었다는 걸.


엄마의 눈물을 등지고

나는 내 길을 택했고

그 선택은 절대 돌이킬 수 없었다.




부모가 자식을 놓지 못하는 건,
그 안에 자신의 과거와
이루지 못한 꿈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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