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왜 격변을 해석해야 하는가

by 이한

인간의 역사는 사건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바로 그 사건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창조, 타락, 홍수, 출애굽, 포로, 십자가와 부활—이 모든 사건들은 단순한 종교적 서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격변입니다.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사건이며, 때로는 하나님의 정의를 의심하게 하고, 삶의 기반마저 뒤흔드는 깊은 충격입니다. 성경은 바로 그 격변의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격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습니다. 사건 그 자체는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해석되지 않은 사건은 단지 충격에 머물 뿐입니다. 우리가 겪는 고난과 실패, 실망과 무너짐조차 ‘왜’라는 질문을 통과할 때 비로소 서사가 되고, 신앙이 됩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지적 탐색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해석하고, 하나님을 해석하며, 삶의 방향을 새롭게 조율해 가는 존재적 행위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격변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 속에 있었고, 하나님의 약속 아래 살아갔던 자들이 겪어야 했던 절망의 형상들입니다. 그 여정은 언제나 무너짐과 침묵, 기다림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믿음은 바로 그 격변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격변들을 피상적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을 소개하고 설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건을 직면하고, 해석하며, 결국 그것을 신앙으로 전환하는 여정을 함께 걷고자 합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이 책은 성경 속 주요 격변 사건을 따라가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깊이 있게 묻습니다.

하나님은 왜 이런 방식으로 일하시는가?

왜 완전한 창조 속에 타락이 예정되어 있었는가?

왜 의인 욥에게 고난이 허락되었는가?

왜 바벨론 포로라는 붕괴가 선택된 민족에게 주어졌는가?

왜 하나님은 그토록 긴 시간 침묵하셨는가?

그리고, 왜 십자가라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복음이 시작되었는가?


이 질문들은 결코 성경 속 인물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질문이며,
믿음의 길은 완만한 언덕이 아니라, 급격한 굴곡과 예상치 못한 전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임을 우리 삶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격변의 한복판을 지나며, 신을 부르고, 삶을 되묻습니다.

신앙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것과 동행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해석은 은혜를 가능하게 합니다 믿음은 결국 해석의 작업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사건, 설명되지 않는 고난, 납득되지 않는 상실 앞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고, 침묵에 귀 기울이며, 하나님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추적해 갑니다.


격변은 은혜의 무대입니다. 사건은 이미 기록되었고, 그 기록을 통해 우리는 다시 질문합니다.
신앙은 그 질문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견디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격변 가운데서도, 은혜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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