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모든 관계는 정리되지 않은 채 끝난다

지그문트 바우만: 액체적 사랑 이론

by 이한

나는 그 사람과
제대로 끝난 기억이 없다.


무슨 말을 끝으로 나눴는지도
어떻게 멀어졌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 연락이 줄었고
그다음엔 서로 안부를 묻지 않았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에서 빠진 사람’이 되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말했다.
"우리는 액체적 사랑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관계는 빠르게 연결되고
쉽게 끊긴다."


진심은 있었지만,
그 진심을 유지할 환경은 점점 사라진다.
바쁜 삶,
불안한 감정,
확신 없는 마음.
사랑은 그대로인데,
관계는 형태를 잃는다.


나는 그 사람과 끝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이미 멀리 있었고,
나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채
끝난 관계를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 쓰고 있었다.


“그땐 왜 그랬을까.”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걸까.”
“한 번만 더 연락했더라면.”


그런 말들로
스스로를 붙잡았고
그 사람의 자리를
비워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관계는 정리되지 않은 채 끝난다.
모든 감정이 다 말로 해소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인사도 없이 사라지고,
어떤 관계는 미안하다는 말 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인생의 대부분이다.


우리는 모든 감정을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말로 정리할 수 없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그 사람과 끝났다는 걸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남겨진 감정을
조금씩 안아주는 중이다.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

모든 관계는 정리되지 않은 채 끝납니다.
남겨진 감정을 꼭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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