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김소해
내게로 오실 때는
뱃길로 오시어요
느닷없이 다리 놓아
쌩쌩 오지 말구요
천천히
노 저어오던
그 다정으로 오셔요
시인이 고향인 남해를 회상하며 쓴 작품이다. 상전벽해로 달라진 지금의 남해가 아니고 시인의 소녀 시절이 기억하는 섬이다. ‘느닷없이 다리 놓아’ 편리해지기 이전의 섬, 발동선을 타고 오가거나 섬과 섬 사이를 거룻배로 다니던 시절의 모습이다. 소녀 시절의 그리움이 시인과 일체를 이룬 섬이 되어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이 작품은 독자의 관점에 따라 섬마을 아가씨의 순수한 사랑 노래로 읽힐 수 있다. 작가 또한 이 작품이 연가로 알려진다 해도 굳이 반대하진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시인이 바라는 건 ‘천천히 노 저어오던/그 다정’이다. 그런데 시인의 바람은 쉽게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다정함은 과거형을 하고 있고, 현재는 그냥 ‘쌩쌩’ 오기만 할 뿐이다. 이제 웬만한 섬은 육지와 다리가 연결되어 뱃길이 아닌 찻길을 이용한다.
섬은 ‘느닷없이’ 놓인 다리에 의해 유입되는 문명의 발길로 변화하고 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성의 논리 앞에 예전 ‘천천히 노 저어오던’ 다정은 힘을 잃고 만다, 우리는 ‘쌩쌩’ 달리기에 급급한 빨리빨리 문화에 이미 길들어져 있지만 ‘은근과 끈기’라는 상반된 성향 역시 잠재되어 있다. 빨리 달리기만 할 게 아니라 느림의 미학도 누리며 살자는 게 시인이 바라는 세상 아닐까. 다정이란 마음의 여유에서 우러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