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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에서 두꺼운 밀떡까지

떡볶이 입문기

by 수수

처음 떡볶이라는 음식을 먹어본 건

학원 가던 어느 날, 골목 입구 트럭 앞에서였다.
늘 나보다 뭔가를 먼저 아는 얼리어답터 친구가

“진짜 맛있는 거 보여줄게” 하며 데려간 그곳.


그 친구는 나에게 뽑기를 알려주고,

트램펄린이라는 것을 처음 소개해 준 아이였다.
그날은 떡볶이였다. 트럭에서 파는,

빨간 국물의 떡볶이.


굵은 가래떡을 숭덩숭덩 썰어 종이컵에 담고,

큼직한 파 몇 줄기, 그리고 이쑤시개 하나.
500원짜리 떡볶이는 단출했지만,

그 맛은 내 어린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나 먹고 나면 덤으로 따라오는

따끈한 어묵 국물 한 컵까지.
가래떡 하나에 그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참 신기했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신나게 말했다.

“엄마, 떡볶이 너무 맛있어!”

엄마는 며칠 후 진짜 정성껏

떡볶이를 만들어 주셨다.
잡채 양념에 소고기와 야채를 넣은 궁중 떡볶이.
그런데… 떡은 가래떡이 아닌,

얇디얇은 떡국떡이었다.
“엄마, 이거 말고… 빨간색 그거…”라고 했다가

혼났다.
“이게 더 좋은 거야. 이게 더 맛있는 거야.”


맞다. 훨씬 비싼 재료고,

품도 많이 들어간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날 트럭 앞에서 먹은

빨간 가래떡 떡볶이의 맛은 따라올 수 없었다.


가래떡으로 떡볶이의 세계에 입문한 나는

그 후 나는 한동안 쌀떡파였다.
쫄깃하고 묵직한 가래떡,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 그 느낌.
떡볶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2020년 무렵, ‘배떡’이라는

배달 떡볶이 브랜드에 푹 빠졌던 시기가 있다.
매콤한 로제소스에 두툼한 밀떡, 당면,

비엔나소시지까지.
그야말로 혼자서 한 통을 다 비워도

아쉬울 정도의 맛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쌀떡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아니,

이제는 밀떡이 더 좋다는 걸.


그중에서도 얇은 밀떡 말고,

두껍고 쫄깃한 그 밀떡.
누들 밀떡이라고도 불리는,

살짝 가래떡 느낌이 나는 그 두께.
한입 베어 물면 양념이 촉촉이 스며들어 있고,

오래 끓여도 퍼지지 않는다.
국물떡볶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떡은 없다.


이제는 떡볶이를 시킬 때,

당연히 “밀떡이요”라고 말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두꺼운 밀떡이요”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취향이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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