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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춤을 춰? 스윙댄스의 밤

by 수수

스윙댄스를 처음 접한 건 2019년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A가

당시 회사를 쉬는 중이었고,

원데이 클래스를 좋아하던 나는

그 친구의 단골 영업 대상이었다.

우리 둘은 도자기, 쿠킹, 금속 공예 클래스 같은 걸

자주 다녔지만, ‘스윙댄스’를 배우러 가자는

친구의 말은 듣기만 해도 으... 였다.

나는 운동도, 춤도 젬병이다.


그래서 처음엔 당연히 안 간다고 했다.

몸 쓰는 걸 원체 싫어하고, 못하니

춤은 당연히 췄던 기억이 없다.

하지만 친구는 전에 없이 집요했고,

결국 나는 질질 끌려가듯 따라갔다.

운동복에 실내용 신발을 신고 도착해 보니

한쪽 벽면이 거울로 가득해서,

반사적으로 안경부터 벗었다.

내 춤추는 모습을 거울로 본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모습이었으니까.


근데 웬걸. 너무 재밌는 거다.


스텝-스텝-락스텝. 아주 단순한 동작부터 시작한다.

남미 춤들처럼 밀착되거나 진한 분위기도 아니고,

손을 살짝 잡거나 어깨를 반쯤 감싸는 정도라

부담도 덜하다. 리더(보통 남자)가 리드를 하면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턴을 하고 있고,

몸이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배운 동작을 엮어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추는 춤.

누구랑 추느냐, 어떤 음악이냐에 따라

매번 다르게 흘러간다.

세상에, 내가 이걸 좋아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도 몰랐다. 서른 초반에 춤추며

밤을 새울 날이 내게 올 줄은.


아버지는 “그거 지루박 아니냐”며 못마땅해하셨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스윙 얘기하는 나를 보며

내심 신기해하고 좀 흡족해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진짜 재밌게 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방송국 주말 근무랑

수업 스케줄도 계속 엇갈리면서

자연스럽게 발을 떼게 됐다.


생각해 보면, 그 1년은 나한테 꽤 큰 전환점이었다.

나는 평생 ‘운동이랑 나는 안 맞아’라고 믿고 있었는데,

하다 보니까 되더라. ‘어라?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해봤다.

그러니까 더 신기하고, 더 재밌고, 더 빠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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