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바지가 좋다.
이유는 단순하다. 편하다.
꾸미지 않아도 입을 수 있고,
내 몸을 가장 자연스럽게 감싸주는 옷이다.
그런데 엄마는 늘 말한다.
“니 나이도 있는데 이제는 기지바지 입어야지.”
엄마 눈에 청바지는 여전히 젊은 사람,
혹은 철없는 사람이 입는 옷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억지로 나이에 맞춘다며
원하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진 않다.
내게 중요한 건 나이보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편안한 옷이다.
나는 키가 크고 살이 잘 붙는 체형이다.
그래서인지 청바지가 오히려 더 잘 맞는다.
살이 조금 붙어도 데님 특유의 힘이
다리를 단단히 잡아주고, 푸른빛이 도는 색감은
내 피부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거울 속에서 청바지는 다리를 길고 늘씬하게
보이게 하고, 골반 라인도 은근하게 살려준다.
반대로 엄마가 권하는 기지바지는
내 몸과 맞지 않는다.
기성복 슬랙스는 내게 항상 짧고,
평균 체형에 맞춰진 바지들은 골반이 낑기고
앉으면 다리가 답답하다.
스판 소재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추운 날엔 바람이 그대로 스며든다.
결국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옷은 청바지다.
아무리 예쁜 옷도 내 체형에 맞지 않으면
결국 옷걸이에만 걸려 있을 뿐이다.
뽕소매 블라우스가 그렇다. 우아하고 여성스럽지만,
키 170 후반대인 내가 입는 순간 우아함은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투구만 씌우면 전장으로 나설 것 같은
막시무스 장군이 서 있다.
결국 옷은 유행이나 디자인보다도
몸과 맥락이 맞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된다.
요즘 Y2K 무드가 다시 유행이라지만,
나는 그런 트렌디한 디자인보다
부츠컷이나 스키니 핏을 더 선호한다.
다리를 단정하게 잡아주면서도
라인을 길어 보이게 하는 핏.
결국 중요한 건 유행이 아니라, 내 몸과 잘 맞는 옷이다.
어쩌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지도 모른다.
예쁘다, 유행이다 하는 것보다는 편안하고
실용적인 걸 고른다. 빨아도 쉽게 늘어나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본 디자인.
내게 중요한 건 남들이 보기엔 세련돼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힘과
몸에 닿는 편안한 감각이다.
2011년에 첫 회사를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나는 줄곧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청바지를 입는 나를 문제 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회사 문화도 조금씩 달라졌다.
옷차림의 자유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서로의 방식과 모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