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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집 김치는 왜 항상 맛있을까

by 수수

나는 국수류를 참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두꺼운 면류를 좋아한다.

수제비나 칼국수는 언제 먹어도 맛나다.

해물 베이스의 시원한 국물이든,

버섯과 미나리를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국물이든,

아니면 감칠맛 있는 고기 육수에 푹 잠긴

담백한 칼국수든 가리지 않는다.

“칼국수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면발과 국물, 그 음식 자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국수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 한 그릇 뜨끈한 국수와 꼭 함께 나오는 김치다.


예를 들어 명동교자 칼국수를 생각해 보자.

진한 고기 육수에 야들하지만 쫄깃한 면발,

감칠맛 깊은 국물 맛까지 빠질 데가 없는 집이다.

그런데 내가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칼국수 자체가 아니라, 곁들여 나오는 김치다.

진주회관 콩국수 같은 집도 마찬가지다.

담백한 국수를 기다리면서 이미 젓가락은

인당 나오는 김치로 향한다.

애피타이저처럼, 국수가 나오기도 전에

김치를 먼저 먹기 시작한다.

국수 나오기 전에 김치부터 다 먹은 적도 있다.

그런 김치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중독적이다.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섞박지 수준으로,

손이 자꾸만 간다.

나는 평소에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이런 국숫집의 김치는

겉절이 같은데 더 맛있다.

달큼함이 남아 있으면서 아삭함이 살아 있는,

집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 절묘한 맛이다.


또 하나는 양념의 강도인 것 같다.

집에서 먹는 김치보다 간이 훨씬 세고,

마늘과 젓갈이 강하게 들어가 입안 가득

감칠맛을 터뜨린다.

여기에 국물과 어우러질 때면 MSG 같은

조미의 기운까지 느껴지는데,

그 순간 완전히 사로잡히는 것 같다.


또 대비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칼국수나 콩국수의 국물은 담백하거나 고소하다.

그런데 짭짤하고 맵싹 한 김치를 함께 먹으면,

담백함은 더 깊어지고, 김치의 맛은 더 선명해진달까.

서로가 서로를 끌어올리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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