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외할아버지는 늘 편의점 어묵탕 한 그릇을 사주셨다.
그리고 그중 꼭 곤약은 이쑤시개에 찍어
내 앞으로 건네셨다. “이건 네 거다.”
뜨거운 국물에 김 서린 창가, 그리고 외할아버지의 손.
그 한 조각의 곤약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보장된 자리이자 할아버지의 애정의 표시였다.
나는 곤약을 진짜 좋아라 한다.
오뎅탕 앞에 서면 다른 사람들은 어묵, 유부주머니,
계란을 먼저 집지만, 나는 습관처럼 곤약을 찾는다.
씹을수록 탱탱하고, 다른 재료보다 국물을
더 깊게 머금어 한입 베어 물면
작은 투명한 덩어리 속에서
국물의 진한 농도가 터져 나온다.
요즘에는 곤약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
곤약밥은 얼핏 보면 개구리알 같지만,
씹어보면 의외로 찰지고 고소하다.
브랜드 분식집에서도 곤약 꼬치를 따로 내놓는 걸 보면
괜히 반갑다. 곤약이 이제는 당당히
자기 이름을 걸고 자리 잡은 듯해서다.
반면 곤약면은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다.
면발에서는 그 쫄깃함이 오히려
어정쩡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냄새도 나구..
곤약뿐 아니라 창포묵, 도토리묵 같은,
아무튼 이 계열의 음식들을 나는 유난히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도토리묵은 직접 쑤어 먹을 정도다.
차갑게 식혀도, 뜨거운 국물에 담가도
제 몫을 다하는 그 담백한 식감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