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차~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기
<5주 차 과제물>
과제 1. 다음 ‘Tell’ 문장을 ‘Show’ 문장으로 바꿔보세요.
그는 피곤했다 ⇒
의자 등에 몸을 깊게 묻고 눈꺼풀을 두어 번 느리게 깜빡였다.
그녀는 설렜다 ⇒
손끝이 자꾸만 옷자락을 만지작거리고, 입가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는 지루해했다 ⇒
탁자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시계를 여러 번 힐끗거렸다.
그녀는 당황했다 ⇒
손에 들고 있던 가방끈이 엉켰고, 시선이 갈 곳을 잃은 듯 허공을 맴돌았다.
다음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하여 앞 뒤 상황의 장면을 감정으로 나타내는 글을 1,000자 이내로 써보세요.
(감정을 직접 언급하지 말고 장면으로만 표현하세요.)
. 중요한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
.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
. 첫 데이트를 앞둔 사람.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람
철커덕, 철커덕—끼익.
기차가 멈추자 미리 준비하고 서 있던 그녀는 곧장 트랩을 내려섰다. 부드럽고 달큼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도시의 공기와는 다른, 흙과 풀 냄새가 섞인 공기를 길게 들이마신다. 그녀를 내려준 기차는 꽁무니만 보이며 망설임 없이 떠나버렸다.
몇 해 전만 해도 드문드문 사람들로 북적이던 역 대합실엔 온기가 사라지고, 비틀린 나무 간판만이 ‘간이역’이라는 이름표를 단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벽에는 오래된 광고지가 바람에 찢겨 나부낀다. 그녀는 그 흔적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역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언덕길에 들어서자 코스모스가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감빛 노을을 머금은 꽃잎이 바람결 따라 하늘거린다. 그녀는 그 꽃들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부모님이 떠난 뒤, 고향은 오래 닫아두었던 방처럼 느껴졌다.
가파른 길을 오르자 이마에 땀이 차오른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골목, 볕에 데운 흙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발밑에서 마른 풀잎이 바스락거리며 적막을 깬다. 발끝이 닿는 자리마다 어릴 적 모습들이 따라 나온다. 숨바꼭질, 공기놀이, 시냇가에서 튀던 물빛이 스쳐 지나간다. 담장 밑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고, 은은한 비누 냄새가 스며온다. 기울어가는 햇살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비춘다. 멀리서 닭 울음이 들리고, 강둑 전봇대 그림자가 길게 줄 서 있다. 벼이삭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금빛으로 흔들린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발걸음이 느려진다. 녹슨 대문 옆엔 들깨를 털다 멈춘 흔적이 남아 있고, 벽돌집 창문에는 수세미 덩굴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그녀는 손끝으로 덩굴을 가만히 쓸어본다.
저 멀리 노란 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 마음에만 두었던 자리다. 노란 대문 앞에서 숨을 고른다.
감나무는 가지가 넓게 퍼져, 주황빛 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바람에 감 하나가 떨어져 발치에 굴러온다. 그녀는 감을 주워 들고, 껍질에 묻은 흙을 천천히 털어낸다. 주황빛 표면이 햇살을 받아 은근히 빛난다. 감나무 사이로 스며든 붉은 햇살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숨을 들이쉬자, 서늘한 기운이 폐 깊숙이 들어온다.
문을 열면 그 안에는 아직 저녁 햇살의 온기가 남아 있을 것만 같다.
그녀는 문을 열지 않은 채, 석양빛에 물든 대문을 한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