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에 사랑이 감지되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 앞에서 쉽게 마음을 연다.
처음 만난 이들과도 가장 먼저 나누게 되는 이야기. 바로'연애'와 '사랑'이다.
기내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더 그렇다.
특히 밤새는 비행이 많아서 모두가 잠든 시간, 특히 고요한 시간이 찾아올 때쯤 우리는 자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밤엔 커피를 마시며, 어떤 비행에서는 삼삼오오 갤리 한편에 둘러앉아서
국적도, 언어도, 성별도 다르지만 이상하리만치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하나가 된다.
누구는 이별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운명 같은 만남을 기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하곤 한다.
"혹시 알아? 오늘 일하면서 만날 수도 있어"
그 순간, 동료들의 눈빛은 창 밖 밤하늘보다 더 반짝인다.
그때는 내가 아직 이코노미에 있을 때였다. 갤리에서 동료 A와 다른 크루들과 둘러앉아
각자의 사랑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A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운명의 상대를 찾고 싶어.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우리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기내 안 어딘가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서비스가 끝나갈 무렵
A가 상기된 얼굴로 갤리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내 운명의 상대를 찾았어!!!”
우리는 깜짝 놀라 카트를 멈추고 그녀를 둘러쌌다.
A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우리는 성화처럼 물었다.
“무슨 말이야? 누구? 빨리 말해봐!”
A는 수줍은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일단 너희 서비스 빨리 마치고 와! 끝나면 말해줄게!”
그 순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커피와 티를 나른 것 같다.
서비스를 마치고 다시 갤리에 모였을 때, A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 54K 승객, 너무 멋있어. 마치..... 진짜 왕자님 같아.”
왕자님이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54K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면 저런 눈빛으로 ‘왕자님’이라는 말을 하게 만들까?
그날, 그녀의 사랑은 우리가 나른 커피보다 먼저 끓어오른 감정이었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우리에게는 그저 평범한 승객처럼 보였다.
하지만 A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였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고도, 놀라울 만큼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그녀의 사랑을 위해!
그 구역에 무슨 요청이 생기면 무조건 A를 보냈고,
콜벨이 울릴 때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마치 공주를 왕자에게 보내기 위해 분주한 요정 대모들처럼,
우리는 그녀의 짝사랑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는 용기를 내 그에게 커피를 건넸고
작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녀의 몫까지 더 열심히 일했다.
그녀가 그와 나누는 단 몇 분의 대화라도 더 길어지기를 바랐다.
깜깜한 밤하늘 아래, 두 사람은 어쩐지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렀고, 랜딩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조용히 인사했다.
“좋은 여행 되세요.”
그 짧은 한마디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갤리로 돌아온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우리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낵이며 초콜릿이며, 커피 컵까지.
그에게 건넬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나씩 모았다.
마치 이 이야기는 꼭 해피엔딩이어야만 한다는 듯이.
“지금이야! 너, 종이 꺼내. 번호 적어!
너의 왕자님도 싱글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기내 러브스토리의 결말을 준비했다.
그녀는 손을 살짝 떨며, 작은 초콜릿 상자 안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기 시작했다.
'당신과 나눈 대화는 즐거웠어요. 저는 이 특별한 기회를 그냥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전화번호: +971 123456
It was nice talking to you. I don't want to miss this special opportunity.
+971 123456
그 순간, 우리는 상자 속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방금 마신 커피 때문이라고, 우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녀는 그 상자를 두 손에 꼭 쥔 채로, 조심스럽게 건넸다.
"고마워."
그녀는 우리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혹시 연락이 오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을 거야.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너희가 있어서, 진짜 든든했어.”
그리고 그날 밤.
커피 향처럼 퍼졌던 그 짝사랑의 여운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 왕자님과 공주는…
정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정답은:
정말로 사랑을 시작했다.
몇 달 후, 우연히 다시 같은 비행에 함께한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때부터 매일 연락하고 있어.
그리고 다음 주에 그가 또 두바이로 놀러 와.”
짧은 비행,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의 기내 사랑은 끝내 착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그녀의 왕자님이었다.
사랑은, 그 시작에 용기와 응원이 함께할 때 어디서든 시작될 수 있다.
오늘 비행길에도, 누군가의 사랑을 살짝 밀어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하루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