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기 전에 생각했나요?
이사는 10월 중으로 윤곽이 잡혔고, 나는 회사를 다닌 이래 계속 내 집이었던 아파트를 팔게 되었다. 출퇴근 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혼자 살면 생활이 아예 무너지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생각에 부모님도 동의를 하셨고 집을 넓히면서 합가를 하게 되어 나는 이제 캥거루족이 되었다. 아니… 여태 번 게 있으니까 당장의 생활비는 있기야 하지만. 부모님은 꾸준히 월급을 주는 좋은 직장이 사라진다는 것에 걱정을 많이 하시고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찌 되었든, 걱정이고 자시고 새로운 삶을 꾸려야 하는데.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내가 외로움을 느껴서였을까? 반려동물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 애완동물에 대해 생각을 하면, 마치 데려오는 것을 예행연습이라도 하듯이 그 동물에 대해 빠삭하게 공부하게 된다. 아니… 대학 때 그렇게 공부하지 그랬어! 아니면 진로 고민을 그렇게 했던지!
머릿속에서 하늘다람쥐… (북미 하늘다람쥐라고 일단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종이 있긴 있다. 우리나라 하늘다람쥐와 좀 다르게 생겼다) 슈가 글라이더… 고양이… 친칠라... 강아지… 햄스터… 온갖 동물을 공부하고 고려해 봤다. 이 과정에서 조금 특이한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애완동물한테도 선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내 선에서 관리 가능한 게 필요해’ ‘평소에는 케이지에서 살다가 내가 허락하는 순간에 나오는 것에 상처를 받는 동물이면 안 돼’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내 방의 무드를 해쳐선 안 돼’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건 곤란해, 그렇지만 너무 오래 살아도 부담스러워’
이래서 내가 남자친구가 없구나! 현자타임이 왔다. 상대와 나의 경계를 내 마음대로 규정하고 거기에 상대를 끼워 맞추려는 버릇 때문에 남하고 오랜 공존이 불가능했구나. 내가 그걸 심지어는 동물에게까지 적용하려고 하는구나. 이 동물은 이래서 싫고… 저 동물은 저래서 싫고. 이 모든 걸 논의하는 상대가 AI여서 그렇지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도망갔을 것이다. AI 세 종은 서로 다른 의견을, 때로는 같은 의견을 들어 내 의견을 동의하고 또 반박해 주었다.
논의 끝에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 건 친칠라이다. 가족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들이는 걸 질색하는데, 사실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고(나도 온 집안 바닥이 끈적이거나 모래가 수시로 흩날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에어컨을 항시 23도에 맞춰주면 된다는 조건만 (만?) 맞추면 된다는 점, 그리고 매우 청결하다는 점 때문에 끌린다. 귀엽기도 하고… 물론 내 방을 항시 23도로 유지할 생각에 벌써부터 두렵기는 하지만. 아마 전기세가 20만 원은 더 나오겠지 한 달에… 원래라면 10만 원이지만 누진세가 적용될 테니까.
전기세 20만 원만… 납득한다면… 이 귀여운 털토끼는 내 반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그렇다고 머릿속의 격렬한 애완동물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 큰 고비가 남았다. 머릿속에 세 존재가 있어서, 데려오자! 하는 친구와 기다려! 하는 친구와 그 둘을 중재하는 누군가가 있다. 글 쓰는 나는 중재하는 입장인데… 중재가 잘 안 되네… ‘간절히 원해! 귀엽잖아!’, ‘너 초등학생 때 동물 제대로 못 돌봤잖아. 10년간 같은 마음일 수 있어?’
그래서 이사하고 집 정리가 얼추 정돈될 10월 말까지… 끊임없이 고민할 예정이다. 털토끼를 데려올지, 말지. 이러다가 또 다른 동물이 대상이 될지도. 떡 줄 동물들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만 열심히 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