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실제와 픽션을 밀집해 거대한 음모론을 만들어낸다
역대 보았던 영화 중에서 편집으론 단연 1등이다. 과거와 현재를 편집하고 배경과 결과를 편집해 영화가 나아가는 방향을 완벽하게 제시해 낸다. 특히 흑백의 실제 영상을 단순히 편집하는 게 아니라 보여지는 모든 것을 생각한 듯한 편집은 영화에 완전히 매료되게 만든다.
엄청난 편집이 이어지는 초반이 배경과 사건, 인물을 완벽하게 설명해내고 나면 음모론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점점 맞춰지는 단서에 맞춰 편집도 하나하나 머릿속에 쌓이는 것만 같다. 여러 사람의 진술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편집해 음모론에 나도 모르게 동요되고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몸소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게 점점 음모론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편집이 예술처럼 보여지기 위한 카메라 구도 또한 좋았다. 총을 직접 테스트해 보는 장면, 의견 차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 등의 카메라 구도는 편집을 더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영화의 단점이 시작된다. 가족과의 갈등이 치닫는 부분이 짧고 미약하게 지나가버리고 아이들과의 대화장면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수단으로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 법정신은 그동안 앞에서 모아둔 긴장감을 그대로 다시 나열할 뿐이라 안 그래도 긴 영화에 지루함만 줄 뿐이었다.
법정신이 하이라이트가 되려면 정보를 모을 때 좀 더 압축된 정보를 흘렸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법정신 자체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끝까지 장르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르가 변환되더라도 그 변환된 장르는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내용은 그것을 지키지 못했고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