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의 찰나
있잖아.
난 요즘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사랑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연애엔 별 관심 없던 시절. 누군가의 특별함이 그 사람을 빛내주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꽤 길었는데.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이제 그렇게 보이기도 싫어졌어. 아마 너 때문이겠지. 그런데 웃기지. 요즘도 처음의 너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어. 재지 않고 선뜻, 네가 했던 말들을 닮은 말들로. 아마 그들도 너처럼, 어느 지점에서 날 처음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나 봐.
근데 이제 그 말이 좀 무서워졌어. 예전엔 그게 함께 반짝이던 순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너무 쉽게 꺼진다는 걸 알아버렸어. 유약하게도, 빠르게. 난 이제 한순간 특별한 사람이 되는 일에 흥미가 없어. 그러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나 혼자일 것 같아서.
처음 너에게 마음을 연 순간을 떠올려봤어. 처음부터 널 좋아했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 너랑은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것 같아. 한 달을 만나는 동안 손도 안 잡았지만 난 널 궁금해했고 네 옆에 있고 싶었고 널 더 알고 싶었어. 그 감정이 뭔지 몰랐던 거지. 그땐 내가 너무 어렸으니까.
근데 이제는 알아.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겁도 많아지고, 관심도 줄어들고. 원래도 시니컬한 내가 더 무감정해지는 것 같아. 그러면서도 젊음이 아까워 발버둥 치는 껍데기만 남은 기분.
네 집에 처음 갔던 날이 생각나. 친구한테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키스 같은 건 안 해”라고 말했었는데, 사실 그날 이후로 널 향하는 내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던 거 너는 알까. 그냥 그날의 네 눈이 그리워졌어.
요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볼 때 가끔 너의 눈이 떠올라. 이상하지. 누군가의 부재가 누군가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가 너의 부재를 떠올리게 한다는 게.
난 요즘 그래. 그냥 그렇다고. 이렇게 오래가도 되는 걸까. 1, 2년쯤 지나면 정말 괜찮아질까. 6개월 정도 지나면 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아니면 끝까지 널 마음 한구석에 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난 전자였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이런 궁상도 언젠간 그냥 웃으면서 추억으로만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 이제 구질구질한 거 너무 싫거든. 그냥 지금은 너의 눈이 보고 싶어. 너무나 냉정했던 그 눈마저 그리워지고 있으니까. 그냥 냉정할 수 있었던 네가 부러워.
5년쯤 지나면 너의 마음이 이해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땐 나도 사랑으로 충만한 어느 지점에 있었으면 좋겠어. 물론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