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은 한 끗 차이
친구란 무엇일까?
불현듯 나에게 찾아온 고양이를 맡길 수 있는 존재일까.
때론 나를 기쁘게 하기도, 또 때론 나를 슬프고 마음 상하게 하기도 하는 게 ‘친구’다. 그렇지만 서로의 존재로 하여금 울고 웃는 그 시간을 다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존재야 말로 진짜 친구가 아닐까.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서
요즘 젊은이들의 추구미 ‘레트로 감성’이 정말 고유하게 물씬 풍기는 영화였다. 만약 내가 필름카메라에 푹 빠지기 전 이 영화를 봤다면 결국 이를 계기로 난 필름 카메라를 사고야 말았을 것이다. 요즘 추구하는 그 시절의 패션과 감각이 정말 가득하다. 그래서 오히려 요즘 영화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옛날 얘기 같지 않은 그런 친근감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촌스럽지 않은 ‘레트로’함은 정말 감각적인 것이라 억지로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살아있는 y2k 그 잡채였다.
얼마 전 다녀온 전욱진 시인의 북토크 주제가 ‘우정’이었다. 그래서 초대 종이에 딱 한 문장이 쓰여있었는데, 보고 싶은 친구가 있나요? 였다. 아마도 이제쯤, 반 오십의 나이에 그리운 친구가 있다면 중고등학생 시절의 친구가 아닐까. 대부분 내게 그리운 친구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는 고등학생 때 친구인 것 같다. 그때의 즐거움과 지침을 함께한 추억은 성인이 된 후 느낀 것과는 조금 다른 세상의 얘기 같기도 하다. 필름의 색감이 아예 다른 느낌이랄까.
이 영화 속 친구들은 고등학교 친구들인데, 20살 성인이 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조금씩 다름을 느끼며 멀어지기도 더 애틋해지기도 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무심하고 배려 없는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친구, 혼란 속에서 방황하며 멀어지려고 하는 친구, 방황하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친구의 모습을 통해 나는 어떤 친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 곁의 친구들이 떠오르게도 한다.
‘친구’란 애써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다. 학교를 다니며 만난 친구들은 노력보단 시간과 공간의 힘을 통해 가까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학교를 벗어난 후, 사회에 발을 디딘 뒤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이 세상에 더 이상 나와 친구가 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어렵게 느껴진다. 내 곁에 남겨진 이들은 그런 소중한 친구들이기에 함께하면 더 행복하고, 만날 수 없을 땐 더 보고 싶어진다.
고등학교 때 친해진 친구들과 성인이 되고, 각자 다른 대학교 혹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점점 서로 다름에서 오는 어떤 멀어짐을 느낄 때가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할 땐 서로가 비슷하다고, 혹은 같은 선을 걷고 있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음에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어떤 편안함을 얻곤 했다. 그러나 그 비슷함을 안겨준 학교를 벗어나 교복을 벗고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 속에서 계속 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지내다가도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면 일 년 만에 만나도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 편안함은 돈이나 노력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절실히 느낀다.
한편으로는 편안함을 주는 만큼 더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그 편안함 속에서 배가 되는 웃음과 행복이랄까. 사소한 얘기에도 서로의 생각을 간파한 듯 까르르 터지고, 어떤 단어만 말해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에피소드를 공유한 사이라 그런 걸까.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기에 일 년에 한 번도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때가 있으나 그 물리적 제약도 우리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하고 나면 작게 피어오르는 충전의 힘과 함께 또다시 각박한 이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친구라는 존재는 가깝기 때문에 더 쉽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더 쉽게 아프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알지 못하면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떠나가는 이들로 하여금 언젠가는 외톨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저 어느 날 눈 떠보니 곁엔 아무도 없고 난 외톨이가 되었구나 하는 슬픔을 느끼고 말 것이다.
한때는 스스로 그런 조심스러움과 배려에 지침을 느끼고 모든 만남을 멈춘 적도 있는데, 역시 그게 답은 아니었다.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나를 더욱 활기차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에 영영 떠나보내기엔 너무도 귀하다.
때론 솔직하고, 때론 선의의 거짓말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우정에는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그 선의의 거짓말은 어쨌든 거짓말이기에 가능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있지만.
우연히 라디오를 보다가 알게 된 영화라 찾아보게 되었는데,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좋았다. 2000년 대 초가 분명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맞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그 시절 영화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성들을 요즘 영화들에선 쉽사리 느낄 수가 없다.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것도 꽤나 행운이라 생각하는데, 아직 내게 남아있을 행운이 얼마나 될지 걱정반 설렘반이 공존하는 마음이다.
내게 불현듯 찾아온 고양이를 부탁할 수 있는 마음. 내 삶에도 그런 용기를 줄 수 있는 친구가 함께하기를.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용기를 주는 친구가 될 수 있기를.
ps. 난 고양이와 강아지 공포증이 있어서 고양이와 강아지는 나와 함께할 수 없어. 위 글과는 너무도 모순적이지만, 사실이기에.. 시적 허용이라고 생각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