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신입일 뿐
가을 논.
봄의 논 처럼 모내기를 아주 잘하고, 땅 기운을
받아 잘 자라는 모습이다. 생명의 기운은 이리도 당차고 경의롭다.
벼베기를 마치고 다시 다시 이모작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어제가 입동이다.
차로 10분거리.
너른 들판을 짧게 달려가는 출근길.
늦가을 풍경에 새삼 새로운 기분이다.
대략 아침 일곱시 반 정도. 들판에는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리고
그 어슴한 풍경위에 붉은 해가 막 솟아나는 시간이다.
참 나도 어쩔 수 없는 내 안의 감성?
길가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열고 아침풍경을 찍는다.
오늘도 좋은 하루, 힘차게 살아가야 할 소중한 새 날이다.
새로운 직장, 41년차의 신입사원
그간의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오랜 직장생활로 몸에 배어있는 연륜의 자신감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건 작건 어디 직장 생활이 만만하기야 하겠는가.
사람부터 친해지려고 한다.
좀 덤덤해 하는 직원 분들에게 씩씩한 아침인사를 의식적으로 열심히 한다.
회사의 한 파트를 맡은, 업무 관리자로서 현장 작업자들애게 신뢰를 얻으려 노력한다.
시니어 취업자의 제 1 덕목은 채용 해 준 회사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 주는 일이다.
청춘 신입사원은 채용 후, 교육 훈련으로 육성 해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신입사원을 맞이하는 기존 직원들의 그 반갑고 싱싱한 즐거움과는 아주 다르다.
느닷없는 노땅(?) 관리자가 들어와서 이것 저것 기웃거리고, 뭘 좀 해 볼려고 하는 의욕앞에
기존 사원들은 좀 당혹스러울 것이다.
심지어 "어디 뭘 얼마나 잘 하나 보자" "뭐 좀 하려다 곧 그만두겠지? "하는
냉소적이고 이질감까지 느끼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내가 딱, 이 풍경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경험과 연륜이라는 것.
딱히 집혀지지도 않는 자신감이나 자만심을 내려 놓자는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너른 논의 벼싹이 아무리 기운차게 올라온 들
곡식을 거둘 수는 없는 일.
겨울을 버티고 인내 하여 새 봄을 맞이한 연휴에
새로이 모내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계절을 지나간 봄으로 되돌려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올 해의 봄,여름은 지난 세월이고 내년 새 봄을 맞아 볍씨를 불리고 묘포장에서 싹을 틔우고,
5월쯤 모내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겨울은 차갑고 춥겠지만, 언 땅 속에서 땅심을 키우고, 휴식을 통해서 자양분을 갈무리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 40년의 경력은 지금의 일과 사뭇 다르다.
겨울논처럼 봄을 기다리자.
그리고 봄에는 새 싹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