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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 끝? '가치 경영'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라

2. 투자의 실행과 통제

by 도진

매수 버튼을 누른 순간, CEO의 비즈니스가 시작된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그러나 CEO의 손이 닿은 자산은 나이를 먹는 대신 가치를 익힌다. 투자자는 시간을 두려워하지만, CEO는 시간을 설계한다.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언제, 무엇을 살 것인가'이며, 매수 버튼을 누르는 순간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CEO에게 매수는 '비즈니스의 시작'일 뿐이다. CEO는 자산의 묵은 때를 걷어내고 효율을 극대화하여 자본을 불리는 '능동적인 가치 경영'을 실행한다. 이들은 최고 경영자의 분석력과 철저한 실행력을 투자의 영역에 이식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포 속 급매물을 확보했다면, 이 장에서는 그 가격을 본질 가치(CORE)로 끌어올리는 실행 전략을 다룬다. 바로 O(Operation, 운영)와 E(Enabling, 잠재 및 성장)라는 두 축을 움직여 자산의 노후화로 인한 가치 할인(Discount)을 복원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CEO는 단순한 투자가 아니다. 자산을 매수한 순간, 당신은 그 자산의 '가치 복원과 극대화'를 책임지는 최고 운영 책임자(COO)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O(운영): 오늘의 가치를 복원하고 비효율을 제거하라


O(운영)는 자산이 현재 창출하는 수익 흐름 또는 사용 효용을 최대화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노후 자산을 소유한 CEO에게 O의 핵심은 '노후 결함 복구'와 '현대화된 효율성 확보'에 있다.


노후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방치할 이유도 없다.


CEO는 자산의 노후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치 할인(Discount) 요소를 O(운영)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이는 마치 넬슨 펠츠(Nelson Peltz)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 매니저가 저평가된 기업에 개입하는 것과 같다. 펠츠는 P&G와 같은 거대 기업이 가진 수많은 불필요한 제품군, 복잡하게 얽힌 유통 구조, 느린 의사결정 체계 등 '잠재된 운영 비효율성(O 결함)'을 공격적으로 찾아내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고 비용 구조를 혁신했다. 이처럼 CEO는 대규모 구조 변경(E) 없이도, 운영 방식(O)의 혁신을 통해 노후 자산의 누수, 낡은 설비 같은 비효율을 제거하여 숨겨진 유틸리티를 활성화하고 기업 가치를 즉시 정상화시킨다.


CEO는 매수 목적에 따라 O(운영) 전략을 명확히 구분하여 실행해야 한다.


1. 실거주 CEO의 O 전략: '결함 복구와 내구성 확보'에 투자하라

실거주 CEO의 O 전략은 안전, 쾌적함, 그리고 장기적인 내구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결함 복구 및 손실 방지: 노후 아파트의 가치 훼손은 누수, 배관 부식 등 숨겨진 결함에서 시작된다. CEO는 입주 초기 전문 진단을 통해 잠재적 하자를 완전히 제거하여 추후 발생할 대규모 손실을 선제적으로 제로화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현대화: 낡은 창호 교체, 단열재 보강, 고효율 에너지 설비(보일러 등) 도입 등 초기 자본적 투자(CAPEX)를 통해 운용 비용을 획기적으로 최소화하고 실거주 만족도를 높인다. 국내외 주택 리모델링 실태조사 및 에너지 효율화 연구 자료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고효율 설비 투자는 보통 3~5년 내에 20% 이상의 전기료 절감 효과로 돌아온다.


개인화된 상품성 복원: 낡은 내부 구조를 최신 트렌드와 기능성에 맞게 부분 리모델링하여 개별 공간의 효용 가치와 시장 상품성을 동시에 복원한다. 주요 부동산 리서치 기관 자료에 따르면, 부분 리모델링의 ROI(투자 수익률)는 평균 1.5배 이상으로 집계되며, 이는 CEO의 O 실행력에 비례한다.



2. 임대 CEO의 O 전략: '수익률과 상품성'을 비용 효율적으로 극대화하라

임대 CEO의 O 전략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임팩트를 내어 공실을 막고 임대 수익률(Yield)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수익 흐름의 공격적 관리: 공실 기간을 길게 두거나, 임대료를 시장가보다 낮게 받는 '노후화로 인한 할인(Discount)' 요소를 공격적으로 개선한다. 전문적인 임차인 관리 시스템과 시장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임대 전략을 세워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고효율 리노베이션: 화장실, 주방 등 임차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간을 부분적으로만 개선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치의 상품성 복원 효과를 노린다. 신속한 A/S 대응으로 임차인의 만족도를 유지하여 재계약률을 높이고 공실 리스크를 방어한다.


O 개선의 R 반영 (공통): 이러한 개별 공간의 O 개선자산의 내생적(內生的) 가치를 회복하는 행위다. 이는 곧 노후화로 인한 자산의 '경험 브랜드' 하락을 막고, R(관계)이라는 외생적(外生的) 거시적 가치가 시장 가격에 100% 반영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실행 경로가 된다.


O(운영)의 철저함은 노후 자산의 '노후 리스크'를 제거하고 현재 가치를 빠르게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



E(Enabling, 잠재 및 성장): 내일의 가치를 개방하고 미래를 주도하라


E(Enabling, 잠재 및 성장)는 미래 성장 동력을 식별하고, 그 가치가 흔들림 없이 발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대비하는 활동이다. 노후 자산 CEO에게 E의 핵심은 '개별 자산을 넘어 단지 전체의 잠재력을 실행하고, 노후 리스크를 집단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E는 리모델링, 리브랜딩, 커뮤니티 업그레이드 등 자산의 성장 사업화 단계를 총괄한다.


1. E-성장 사업화 (Value Expansion): 잠재 가치를 실행하라

E는 C(경쟁 우위)를 활용하여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현실화하는 전략이다.


재건축/리모델링 사업 주도: 노후 자산의 가장 큰 잠재력은 '새 아파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CEO는 추진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거나, 사업 초기 단계의 행정적 동의 절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잠재 가치의 실현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단지 경영에 비즈니스적 관점 이식: 노후 단지의 리브랜딩을 위한 전략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용적률 상향 가능성 등 단지의 잠재 가치를 실행하고 확장하는 것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통제 영역이며, CEO는 이 영역에 비즈니스적 관점을 이식해야 한다. 예컨대, 입주민 대상 공동구매 프로그램, 커뮤니티 카페 공간의 수익형 전환 등은 단지 운영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실행형 E 전략이다.


2. E-가치 방어 (Value Defense): 미래 리스크를 제거하라

미래 가치(E)가 훼손되지 않도록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여 CORE 가치를 방패처럼 보호해야 한다.


장기수선계획의 투명성 확보: 장기수선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누수나 지반 침하 등 단지 전체의 노후 위험을 막기 위해 장기수선충당금 집행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여 노후화 속도를 늦춘다. 실제로 장기수선계획이 투명하고 적절하게 관리되는 단지는 인근 단지 대비 5% 이상의 가치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금 및 규제에 선제적 대비: 변동성이 높은 세금 및 규제 변화(예: 재건축 관련 세금 및 기준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필요한 법률적 조언을 검토한다. 이는 미래 수익성을 보존하는 핵심 E 전략이자 가치 방어의 영역이다.


O와 E, 그리고 R의 연결: CORE 가치를 시장에 100% 보장하다


R(Relation, 관계)는 지하철역, 학군, 광역 인프라 등 이미 고정된 거시적이고 불변적인 시스템적 수요를 의미한다. 이는 CEO가 직접 바꿀 수 없는 주어진 가치이다.


CEO의 임무는 이 주어진 R의 가치가 시장 가격에 100% 반영되도록 보장하고,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단 1%의 가치 할인도 발생하지 않도록 수호하는 것이다.


O/E를 통한 가치 보장: O(운영)와 E(Enabling)를 통해 자산의 내부 상품성과 쾌적성, 미래 성장 동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이 자산이 R이 주는 모든 가치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


리스크 수호: 입주민 대표나 관리 주체와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관리하여, 단지 내 분쟁이나 관리 부실로 인해 '가치 할인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어한다. CEO는 자산 주변의 거시적 관계(R)가 훼손되지 않도록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수호자이다.


가치 경영은 매수한 자산에 'CEO의 지성과 규율'을 이식하는 과정이다.


C는 차별화의 방향을, O는 현장의 효율을, R은 시장의 신뢰를, E는 미래의 성장을 책임진다. CEO의 가치 경영은 이 네 축이 한 방향으로 정렬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CEO의 시간 리더십 (Reflection)


CEO는 오늘의 비용을 줄이기보다, 내일의 시간을 단축하는 데 투자한다. 노후 자산의 O(운영)를 통해 현재의 가치를 복원하고, E(잠재 및 성장)를 통해 미래의 가치를 확장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가치 경영은 결국 ‘시간의 리더십’을 행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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