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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 '급매물', 투자의 기회인가 함정인가?

2. 투자의 실행과 통제

by 도진

심장이 굳어지는 계절, 모두가 비명을 지르다


모든 시장에는 감정의 사이클이 존재한다. 봄처럼 설레는 환희와 여름 같은 뜨거운 탐욕이 지나가면, 반드시 심장이 멈추는 듯한 얼음장 같은 겨울이 찾아온다. 이것이 바로 사이클의 바닥(저점)이며, 수많은 투자자가 공포에 질려 자신이 가진 자산을 헐값에 내던지는 고통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손해가 커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매도 버튼을 누른다.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뉴스는 '역대급 폭락'을 헤드라인으로 뽑으며 사람들의 공포를 부추긴다. 일반 투자자들은 이 소음 속에서 길을 잃고 패닉에 동참한다.


하지만 CEO는 이 광경을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맞이한다. 당신이 CEO라면 이 비명 소리를 단순히 '위험 경보'로 듣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CEO에게 이 소리는 오히려 시장의 탐욕이 끝나고, 진짜 사냥감들이 풀려나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우리는 이 시기에 눈에 띄게 '싸 보이는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본질 가치는 전혀 훼손되지 않았는데, 시장의 공포 심리 덕분에 일시적으로 '반값 세일' 중인 기회이다.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가치 자체가 이미 소멸된 '독이 든 함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둘을 냉정하게 구별하는 능력이 CEO의 핵심 역량이며, 바로 이때 CORE 프레임워크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한다.


CEO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자산의 '핵심 가치(CORE Value)'라는 단 하나의 나침반만을 믿고 공포의 바다를 홀로 항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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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M&A의 나침반: 공포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신


시장의 바닥은 선견지명이 있는 기업 경영자가 역발상 M&A를 감행하는 타이밍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두가 돈줄을 죄고 보수적으로 움직일 때, 경쟁사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거나 미래 투자를 포기한다. 바로 이때 CEO는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의 이 혼란이 끝난 뒤, 세상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불확실성 속에서 OpenAI에 수십억 달러를 선행 투자했던 사례를 보자. 당시 OpenAI는 수익 모델이 불확실했고 'AI 거품'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주목한 것은 '기술의 파괴력'이라는 C(창조) 축의 절대적인 가치였다. 그는 단기적인 운영 문제(O)나 잠재적 위험(E)이 아닌, 이 기술이 미래 산업 생태계 전체의 R(관계)를 장악할 것이라는 고독한 확신에 베팅한 것이다.


부동산 투자도 똑같다. 시장 전체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당신이 베팅해야 할 대상은 눈앞의 '얼마나 떨어졌는가'라는 가격표가 아니다. 시장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 입지가 가진 C와 R의 영원한 가치에 베팅해야 한다.


우리가 노려야 할 진짜 기회는 가격 하락의 원인이 매도자 개인의 급한 사정(운영/잠재적 위험 등 미시적 문제)이 아니라, 거시적인 외부 충격 때문일 때이다. 이 거시적 외부 충격은 시장 사이클(Cycle)과 정부 정책(Context)으로 나뉜다. 시스템적인 공포는 가치와 무관하게 모든 자산을 일시에 매물로 만들고, 가장 좋은 CORE 자산마저 일시적으로 '파격 할인'하도록 만든다.


함정 매물: C와 R 가치가 원래 약한데, 시장 침체로 가격까지 떨어져 '싸게 보이는' 자산이다. (원래 낮은 가치)

진짜 기회: C와 R 가치는 여전히 튼튼한데, 거시적 외부 충격 (Cycle 또는 Context) 때문에 시장 전체가 겁을 먹어 가격만 일시적으로 급락한 자산이다. (높은 가치를 가진 자산의 일시적 가격 할인)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후자이며, 이 구별은 오직 CORE 프레임워크를 통해 얻어진 냉철한 신념으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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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을 걸러내는 CORE 필터: 헐값에 숨겨진 진주를 발견하다


공포 속에서 진짜 우량 자산을 포착하려면, 시장의 '가짜 소음'을 걸러내는 세밀한 필터가 필요하다. 이 필터는 자산의 C(창조)와 R(관계)에 대한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매수 결정을 내리기 전, 이 세 질문에 스스로 명확히 답해야 한다.


(1) 이 자산은 돈과 시간을 무한대로 써도 똑같이 만들 수 없는가?

이 질문은 자산이 가진 물리적인 독점성을 확인하는 단계이다. 영구적인 조망권(산, 강, 바다 등), 절대적인 초역세권 입지, 특이한 면적 구성 등 돈과 시간을 무한대로 투입해도 대체 불가능한 물리적 우위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 창조적 가치가 살아있는 한, 단기적인 외부 환경 악재는 무시할 수 있다.


(2) 핵심 수요층의 '절대적 필요'라는 연결망(R)이 끊어졌는가?

R은 시스템적 불변성을 의미한다. 대치동 학원가나 서울의 중심 업무지구(CBD)처럼, 핵심 수요층의 삶의 목표와 직결된 절대적인 연결망이 붕괴될 가능성을 측정한다. IMF 때도 대치동의 교육 수요는 잠시 주춤했을지언정 사라지지 않았다. 시스템적 수요거시 경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보여준다.


(3) C와 R이 유지된다면, 할인 가격을 만든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C와 R이 합격점을 받았다면, 이제 급매물을 만든 원인이 어디서 왔는지 분석해야 한다. CEO는 항상 가장 효율적인 기회를 먼저 택하며, 이는 '노력 대비 이익'에 따라 두 가지 전략으로 나뉜다.


1순위: Passive Strategy (수동적 전략) - 시간만 투입: 매도자의 개인적인 문제(O/E)가 아닌, 거시적 외부 요인(Cycle/Context) 때문에 시장 전체가 공포에 질려 만들어진 할인을 노린다. 가격 하락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면, 우리는 복잡한 문제 해결 대신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입하여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있다. 이는 가장 깨끗하고 노력 대비 수익이 높은 이익을 제공한다.


2순위: Active Strategy (능동적 전략) - 운영 노력 투입: O(운영) 문제로 인한 가격 하락이 명확하다면, CEO는 이를 '내 운영 능력으로 돈을 버는 기회'로 간주한다. 관리 부실, 임차인 부재 등 O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될 당신의 시간과 자본이 할인율보다 훨씬 큰 이윤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 기회를 잡고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다만, E 문제(예: 잠재적 규제 폭탄)는 C/R 가치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을 모두 통과하고, 할인의 근원까지 정확히 파악한 매물만이 '공포 속의 진짜 기회'로 CEO의 최종 사인을 기다릴 자격이 있다.



역사적 사례: 거시적 공포가 명품 자산을 할인했을 때


우리나라의 역사적 부동산 하락기를 되돌아보면, C와 R이 견고한 명품 입지들은 결국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드라마틱하게 회복했다. 이 하락기들은 Cycle(시장 자체의 충격)과 Context(정부의 정책적 충격)가 결합하여 대중을 공황 상태에 빠뜨린 결과였다.


IMF 외환 위기 (1997~1998): 금융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충격이었다. 강남의 아파트 역시 30~50% 폭락을 경험했지만, 핵심 인프라(C)와 최고 네트워크(R)라는 본질적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다. 당시 '달러를 확보한' 소수의 투자자만이 CORE 자산을 헐값에 매집하는 '시대의 전리품'을 얻었고, 이것이 이후 10년 성장의 강력한 토대가 되었다.


2013년 전후 주택 시장 침체: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Context)으로 인해 시장 전체가 '집값은 절대 오르지 않는다'는 집단 패닉에 빠졌다. 서울 주요 입지의 가격이 20~30% 조정되었을 때, CORE 가치를 믿고 움직인 소수만이 저평가된 명품 자산을 확보했고, 이후 찾아온 2015~2019년의 폭발적인 성장에서 큰 부를 일구었다.


이 사례들이 증명하듯이, CEO의 결단은 거시적 외부 요인 (Cycle과 Context)이 가격본질 가치(C와 R)로부터 강제로 떼어놓았을 때 발동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우리가 세운 세 가지 질문이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임을 확인시켜 준다.



공포에 질린 대중과 반대로 가는 고독한 결단


투자는 결국 인간 심리와의 싸움이다. 이 책의 모든 분석은 당신이 그 심리를 이겨내기 위한 무기이다. 모두가 팔고 도망칠 때 홀로 매수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고립감과 불안감을 동반한다. 27년간 컨설팅 현장에서 목격한 수많은 CEO의 결단은 단순히 '배짱'이 아니었다.


OpenAI 투자가 증명했듯이, 공포 속의 투자는 주변의 비난이나 단기적인 시장 지표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직 CORE 프레임워크로 확인한 가치의 해자만을 믿는다. 이 결단은 '무모한 도박'이 아니라, 차가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뜨거운 용기이다.


우리도 역시 시장의 잡음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대중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CEO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CORE 가치를 믿고, 모두가 팔 때 명품 자산을 포착하는 고독한 결단이야말로 장기적인 부의 축적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본질적인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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