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투자의 실행과 통제
시장은 마치 조울증 환자 같다. 공포가 지나가면 반드시 광란의 탐욕이 찾아온다. 이것이 바로 사이클의 고점, 모두가 이성을 잃고 가격을 외치는 '묻지마 투자'의 계절이다.
이 시기가 되면 모든 자산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두르고 나타난다.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옆집의 누구나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매일 들려온다. 이 소음은 당신의 귀를 파고들어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뒤처진다"는 가장 위험한 심리, 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이 광기에 압도되어 이성과 논리를 버리고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CEO는 이 광경을 두려워해야 한다. 앞에서 공포 속의 비명이 '매수 신호'였다면, 광란 속의 환호성은 '위험 경보'이다. 당신의 임무는 군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 광란 속에서 자산의 '가격(Price)'이 '본질 가치(CORE)'를 아득히 넘어섰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가격 급등기에는 용기를 내어 '매수'하는 것보다, '침묵'하고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용기와 원칙을 요구한다. 이 순간, CEO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CORE 프레임워크가 심어준 규율이다.
광란의 시장에서 당신이 자산을 매수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단 하나뿐이다. 현재의 가격이 CORE 프레임워크를 통과할 수 있는가?
가격 급등기의 자산은 시장의 탐욕 덕분에 가격(Price)이 C(창조)와 R(관계)의 본질적 가치(Value)를 아득히 뛰어넘어 이탈한 상태이다. CEO의 역할은 이 가격표가 허용되는 최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C(창조)의 검증: 이 가격표가 '복제 불가능한 입지적 독점성'에 대한 대가인가? 아니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기술'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인가? 가격이 C의 영원한 가치를 넘어선다면, 그것은 거품이다.
R(관계)의 검증: 이 가격표가 '미래 100년의 시스템적 수요'를 반영하는가? 아니면 '단기적인 테마나 유행'에 의한 일시적인 수요 폭증인가? 가격이 R의 굳건함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투기이다.
진정한 CEO는 '더 오를 가능성'에 베팅하지 않는다. 오직 '이 가격이 본질적인 가치(C와 R)로 정당화되는가'에만 베팅한다. 급등기에 매수한다는 것은 곧 C와 R의 불변성마저 무시하고 오직 미래의 '더 큰 바보(Greater Fool)'에게 되팔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 기반한다.
가격 급등기에 '묻지마 투자'를 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감수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은 수익을 내는데, 당신만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이다. 하지만 이 '침묵의 용기'야말로 CEO의 자본을 지키는 가장 견고한 방패이다.
CEO가 가격 급등기에 해야 할 일은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 1단계: Passive Strategy (자본 보호): 시장의 광란이 꺼지기를 기다리며 '자본의 구매력'을 지키는 유동적 안전 자산을 최대한 확보한다. CEO가 말하는 '현금(Dry Powder)'이란, 일반적인 금고 속 돈이 아니다. 이는 단기 국채(T-Bills)나 초단기 금융상품처럼, 화폐 가치 하락(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언제든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유동성 방패를 의미한다. 이 '유동적 탄약'이야말로 다음 사이클의 바닥에서 CORE 자산을 매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이 시기, '수익을 놓치는 고통'보다 '자본의 구매력을 잃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훨씬 높은 효율을 가진다.
- 2단계: Active Strategy (가치 창출 극대화): 자산을 매수하는 대신, 이미 보유하고 있는 CORE 자산의 가치를 O(운영)를 통해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부실했던 운영(O)을 개선하고, 잠재적 위험(E)을 제거하며 자산의 가치를 내부적으로 극대화하면, 시장이 언젠가 정상화되었을 때 더 큰 이윤을 확정할 수 있다.
광란 속에서 CORE 프레임워크를 고수하는 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어려운 일인지에 대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워렌 버핏이다. 그의 투자 역사는 CORE 가치를 초월한 가격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는 '침묵의 용기'를 증명한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주식시장은 닷컴 기업들의 광풍으로 미쳐 있었다. '눈앞의 수익이 없어도 꿈이 있으면 된다'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했고,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금융주를 고집하는 버핏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월가에서는 그가 시대착오적이며,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버핏은 그의 C와 R 기준을 들이댔다. 그는 당시의 첨단 기술 기업들 대부분이 '복제 불가능한 경쟁 우위(C)'나 '시스템적 수요(R)'를 가지지 못하고 오직 기대감으로만 가격이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오히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던 과열된 자산들을 매도하여,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Dry Powder)을 쌓았다.
결국 2000년 버블이 붕괴되자, 버핏의 CORE 원칙은 승리했다. 그는 '수익을 놓치는 고통'을 감수하고 '자본의 구매력을 잃는 위험'을 방어한 대가로, 버블 붕괴 후 금융 위기 때 CORE 자산들을 헐값에 매집할 수 있는 압도적인 기동력을 확보했다.
이 사례는 CEO의 규율이 단순한 '보수성'이 아니라, 다음 사이클의 기회를 미리 사두는 가장 공격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임을 증명한다.
CEO의 투자 결정은 매수 시점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매도(Exit)는 CORE 프레임워크의 최종 완성 단계이다. 특히 가격 급등기는 단순히 매수를 멈추는 것을 넘어, 보유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도할 기회를 제공한다.
당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격이 C와 R의 본질 가치를 압도적으로 넘어섰고, 더 이상 O(운영 개선)를 통해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 여지가 없을 때, 그것은 매도(Exit)를 고려해야 할 때이다. 당신은 '더 큰 바보'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자산을 넘겨주고,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안전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선제적 매도야말로 CEO가 사이클의 정점에서 탐욕에 흔들리지 않고 자본을 보존하는 가장 냉철한 결단이다. 당신은 시장의 광란에 참여하는 대신, 다음 사이클의 공포 속에서 매수할 수 있는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 침묵의 결단이 결국 시장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