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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청소는 바늘과 실 같아요.

돌아서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마법.

by 희재

오늘의 글감입니다. 먼지 청소 데이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 천명관 <고래> -

오늘은 책상 주변, 내 주변의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하루를 만들어보고 그 기분을 글로 써보세요.



아이가 태어나면

청소는 늘 매일 매시간 매 순간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내 공간도 더 이상 나만의 공간이 아닌

공용공간이 되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지요.


재택근무가 많은 우리 신랑 책상에도

둘째 아이가 삐뚤빼뚤 써 내려간 편지들

티니핑 종이접기

아들의 비행기 등등...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의 순간들을 마주하는 게

일상이 됩니다.


전 딸 3명인 집에서 자라나

각자의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생활환경이었어요.


그래서 늘 청소의 경계가 불분명한

그런 상황이었죠.

늘 그렇듯 성격 급한 놈이 합니다.

전 세 딸 중 성격이 가장 급해서

언제나 늘 방청소건 집안청소건

제가 먼저 나서서

하루 날 잡고 싹 뒤집어엎었어요^^


그래서 결혼을 하고 너무 행복했던 게

이제는 내 공간만 정리하면 된다는 게

좋았습니다.

둘 만사는 공간이니 크지 않고

아기자기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정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그렇게 신혼 뒤 찾아온

육아의 세계에선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아이가 태어나고 3-4세 까지는

아마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예요

이 집이 내 집인가 키즈카페인가.

장난감과 각종 육아용품들이

어느샌가 나보다 더 주인처럼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우리 집풍경을 보며

그래 인테리어가 무슨 소용이냐

를 외쳤습니다.


몇 년만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지금 9세 6세를 키우는 우리 집도

여전히 그들의 흔적을 지울 수 없지요.


그래도 내 책상을 침범해 온 아이들의

편지가, 그림들이, 장난감들이

언젠간 그리워질 거라

그냥 흐뭇하게 두고 봅니다.


깔끔한 저희 신랑도

육아 앞에선 이미 자신의 공간을

철저히 지켜낼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인 모습이에요^^


매일 저녁 아이들의 흔적을

정리하며

분명 몇 시간 전에도 했던 일인데...


다람쥐 챗바퀴도는 것 같지만

이 또한 잠시 뿐 일거야 하며

나 스스로 위로합니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이젠 공용공간보단

개인공간으로 각자 찾아가겠죠

상상만 해도 서운하지만

또 그땐 그 나름의 상황에 맞게

함께 얼굴 보고 대화 나누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주말이 참 깁니다.

바깥활동을 하러 나가기 전

깨끗이 정돈하고 다녀오면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아주 개운합니다.


아마 정리된 이 순간이 또

내일 다시 뒤죽박죽 되어있겠지만

전 또 체력을 길러

집안을 치워봅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체력이 좋아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나에게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집안도 가꾸고

아이들도 돌보고

나에게도 숨 쉴 틈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거든요.


다시 시작되는 한 주도

우리 모두 체력! 키워서 고된 하루를 잘 살아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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