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꼰엄마의 넋두리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게 다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내력을 가지려야 가지기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게 풍족해서 결핍을 경험하기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물론, 어떤 이의 세상은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주변의 가정들을 둘러보면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차고 넘친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렇게 키우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들을 경험하게 해 주고,
먹고 싶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고,
원하는 것들은 손쉽게 구해줄 수 있는 세상이다.
풍족이 평균값이 된 그런 세상이다.
라테는...
치킨이나 짜장면은 특별식이었고,
감자칩은(프링글스) 귀한 간식 중 하나였으며,
집 밖에서 외식을 하는 건 연중 큰 행사였고,
과일을(바나나/멜론/파인애플) 매일 먹는 건 사치였던 세상이었다.
지금 누군가 이 글을 보면 넌 어디서 온 외계인이니? 싶을지도 모르지만.
다섯 식구 복작복작 살아가던 나의 집은 그랬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말 "너희는 진짜 좋겠다..."
난 너희들이 참 부럽다.
난 참고서도 비싸서 줄이고 줄여 사서 복사해서 보았고,
교복 사기도 힘들어 물려받아 입었다.
그런데 1인 1 폰에 휘황찬란한 육아용품들로 세상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내가 살던 시기에도 그런 친구들이 분명 있었겠지?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세상에 가장 좋은 것 들만 보여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은 200% 이해한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풍족함이 당연함이 아닌 감사함이라는 걸 꼭 인지시켜주며 키우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절약해서 키우고자, 당근앱을 찾고, 주변에 비슷한 또래에게 옷을 물려받아 입히고,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기준을 잘 잡아주려고 대화를 많이 한다.
(물론 잘 안될 때도 많다. 쿠팡의 편리함을 버릴 수 없는 세상....ㅠㅠ)
그렇지만 주변의 환경들의 평균이 풍족하다 보니 일부러 만드는 결핍이 이상해지기도 한다.
결핍의 불편함은 없지만,
풍족의 특별함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 드는 한 가지는 육아에 대한 시대적 변화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종특별시는
진짜 특별한 도시인 것 같다.
먼저 평균 연령대가 굉장히 낮고
(부모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30대 중반)
학력의 평균값이 비슷하고
아빠의 육아참여도가 평균 70% 이상인 것 같다.
(이건 그냥 나의 데이터^^;;)
살기 좋은 도시임에 분명하다.
내가 서울살이 10년간
아이들 어린이집에 픽업을 가보면
50%는 엄마들이, 30%는 조부모들,
20%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들이 하원을 시킨다.
아빠의 하원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세종시에 와서 가장 놀란 건
50% 이상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하원하는 모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 살기 힘들어 아이를 안 낳는다라는 말이 많지만
세종시에서 살며 본
아빠들의 육아/ 가사 참여도 정도면
우리나라도 다시 아이들이 많아지는
나라가 될 것 같다.
엄마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많아진다.
이건 100%, 200% 분명하다.
온 동네가 아이를 키우는 예전시대처럼 될 수 없기에, 이젠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빠의 유연한 근무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적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가족과의 시간적 풍요는 많으면 많을수록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