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바다를 건너며)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선 나를 보며 생각했다.
시간은 언제 이렇게 흘러간 것일까?
청춘의 열정도, 젊음의 분주함도 지나가고,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해진 시기를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요즘, 글을 쓰고 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기도 하고
조용한 새벽에 마음속 이야기를 써보기도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글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글쓰기였다.
가을날의
글을 쓰면 내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했던 생각들이 문장으로 구체화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감정들과도 마주하게 된다.
'왜 그때 그렇게 힘들었지?'
'나는 지금 어떤 것을 원하는 걸까?'
글을 쓰며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중년의 삶을 준비한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중심을 세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중심을 세우기 위해
글쓰기는 나에게 든든한 도구가 되어준다.
삶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세상의 속도는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그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글을 쓰면서 나와의 대화하는 시간을 만든다.
글을 쓰면 작은 것에도 감각이 예민해진다.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유난히 따뜻해 보이고,
창밖의 햇살이 기분 좋은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짙어진 향기와 모습을 바라보며
기록하다 보니 쓰기의 재미를 알게 된다.
글쓰기는 단순히 감정을 풀어내는 것을 넘어
삶을 정돈하는 연습이 되고 있다.
혼란스러웠던 감정도,
명확하지 않았던 계획도
글로 써보면 조금씩 방향이 잡힌다.
그리고 그렇게 써놓은 문장들이
미래의 나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부족한 모습도, 흔들리는 마음도
숨기지 않고 꺼내놓을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아도
종이 위에서는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으니까.
중년의 삶을 준비한다는 건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 이해는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쌓여 가고 깊어진다.
하루 10분, 15분이라도 좋다.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어떤 것에 기뻐하고,
무엇에 화가 나며,
어떤 순간에 울컥했는지를 적어보다 보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잘하고 있어, 천천히 가도 돼!"라고,....
중년은 청춘보다 조용하고 느리지만,
더 깊고 단단한 시간을 만나게 된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더 깊고 단단하게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쓰고 있다.
이재 글쓰기는 내 삶을 바라보는 나침반이고,
나를 지키는 조용하지만 강한 마음의 근육으로 자리한다.
중년이라는 험난한 바다를
중심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건너가기 위한 나만의 노를
글 속에서 천천히 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