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그녀의 침묵 이후
체념과 이별에 대한 긴 진심의 일기는
나를 한순간 멍하게 만들었다.
입가에 눈물 한방울이 흐른다.
눈시울은 붉어진다.
3년전, 새벽 3시 그녀의 '보고싶어 미치겠어.' 는 그 문자 한줄이
내 마음속을 파고 들어, 메아리처럼 귓가에 그 목소리가 울린다.
'우리는 이렇게 끝난걸까?'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너무 밉고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도
상처받을 게 뻔했다.
그래도,
그 싸이월드 일기 속 문장은 너무나 진심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내가 잊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잊혀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그녀를 잊지 못할 거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자꾸 그 사람 생각이 났다.
이대로 보내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멀리서라도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녀가 나를 알아보려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야 했다.
하루 다섯 시간씩 운동을 했다.
다시 살을 빼고,
내 리듬 속에서
예전의 나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들은 소식 —
그녀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광화문 근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 속에
우리가 잠깐이라도 함께 머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무서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그 눈빛 속에서
내 마음이 벗겨져,
두려운 내 모습까지 들킬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거절당하더라도
나를 감추기 위해 썬글라스를 썼다.
참 용기 없고, 비겁한 나지만
이기적이게도, 그녀가 보고 싶었다.
저 멀리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다가갔다.
다른 곳을 보던 그녀가
결국 나를 바라봤다.
굳게 다문 입술,
찌푸린 미간,
굳은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게 부드럽고 따스하던 너의 온기가
지금은 딱딱하고 차가운 가시로 변해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결국,
그녀를 많이 힘들게 했다.
알고 있다.
이젠 나를 향한 마음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이렇게,
후회하며 너를 잊지 못하고 산다.
끝을 인정하지 못한 새벽이
오늘도 나를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