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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척.

by 진심의 온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녀가 알아볼 수 있도록, 50kg 넘게 살을 뺐다.
거울 속의 나는 예전보다 낯설고 초라했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를 찾아갔다.
멀리서라도 그녀가 날 알아볼 수 있을까,
그 생각 하나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숨기며 걸었다.


실내로 들어가, 10분이 넘도록 기다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럼에도 혹시, 나를 한 번쯤이라도 보러 들어오지 않을까
그 희미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결국 밖으로 나와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서늘했다.


나는 무심한 척, 몸짓 하나로 모든 감정을 덮었다.
가볍게 흔들며, 뒤돌아서야 했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후회였을까.

이제는 마음 속에만 담아야 했다.


그 3년 동안, 나는 그녀의 SNS를 지독하게 들여다봤다.
새벽마다 잠들지 못하고,
발신 제한을 걸어놓은 번호로
그녀의 이름을 바라보다 잠들었다.


결국 나를 위해서, 잊기로 했다.

내 마음이 더 다치지 않게,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와 가볍게 만나고, 웃고,
그렇게 또 행복한 척하며 살았다.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남들처럼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싸이월드는 사라지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한때 싸이월드에는 올리지 못했던 애인과의 사진이
이제는 당당하게 메인 프로필로 게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었다.
갑자기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진짜 그만하자.’
끝난 사람의 흔적을 또 찾는 내가,
스스로도 지겨웠다.


3년 동안 몇 번의 연애, 몇 번의 썸,
여러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이별했다.


그녀들이 진심을 요구할 때면,
나는 도망쳤다.

감정이 무거워질수록 불안해졌고,
결국 그들은 나를 떠났다.


가벼웠던 사랑, 가벼웠던 나.
종잇장처럼 얇고 불안한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은 점점 단단해지는 대신,
더 공허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무거운 진심이 그리워졌다.
그래야 불면의 밤을 잠시라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텅 빈 깡통 속에 울리는 소리는
내 안의 공허가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그날의 나처럼, 지금의 나처럼.

나는 여전히 그녀를 찾아 헤맸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하고,
그녀의 흔적을 더듬었다.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랐다.


그러다,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잠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그날 밤, 나는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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