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캐나다? 개나다?

강아지와 첫 해외여행을 가다.

by 한들눈나 이수현
언니, 강아지들하고 해외여행 같이 가실래요?

급작스런 지인의 권유였다. 한들이와 해외여행? 종종 SNS에서 반려견과 함께 해외여행 다녀온 사진들을 보면 부러웠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했고, 영어에 자신도 없는 나로서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저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해외여행에는 변수가 많다. 뜻밖의 일을 만났을 때 서툰 영어 실력으로 내 한 몸 챙기기도 어려운데,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과 부담이 느껴졌다. 심각한 걱정 인형인 나는 지인의 질문에 '한들이가 불의의 사고로 해외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어떻게 하지?'까지 상상이 되었을 정도다. 이런 나의 걱정을 들은 지인은 정말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 살아있는 애를 왜 상상으로 죽여요?"라는 말과 함께.


스냅이 10살 생일날!

중, 대형견의 평균 수명은 보통 12~14살이다. 지인의 반려견 스냅이는 10살로 적지 않은 나이였다. 지인은 스냅이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버킷 리스트였던 '반려견과 해외여행 가기'를 실천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추진력 때문이었을까? 나의 걱정을 한마디로 잠재운 스냅이네의 긍정적인 기운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그래, 하나보단 둘이 낫겠지!'라는 든든함과 함께.


장소를 정해야 했다. 지인은 유럽, 특히 스위스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처럼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비교적 '펫 프렌들리'한 유럽에서 반려견과 함께 기차도 타보고, 낭만적인 거리도 걷고, 산책하다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면 스냅이와 잠시 멈춰 자연스럽게 커피도 한잔하는 게 꿈이란다. 순간 한들이와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는 상상에 빠졌다. 관광지 투어가 아닌, 한들이와 유럽의 일상 즐기기는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그러나 곧바로 떠오른 장면은 짐과 반려견 케이지를 이고 지고 기차에 끙끙대며 올라타는 내 모습이었다. 울퉁불퉁 돌 길을 드르르륵.. 한 손엔 짐을 끌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개를 컨트롤하다가 발이 삐끗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숙소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켄넬과 케리어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도 떠올랐다. 도리도리... 이건 아니지 싶었다. 혈기 왕성한 20대도 아니고, 40 중반의 저질 체력인 나는 며칠 못 버티고 앓아누울 터였다. 본투비 걱정 인형은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 끝에 조심스럽게 스냅이네에게 물어봤다.


"혹시 북미는 어때요?"


북미는 일단 땅이 넓어서 자차로 이동이 용이하다. 개 두 마리와 사람 둘의 짐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렌터카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지치지 않아야 여행이 즐겁다. 나는 이점을 강조했다. 유럽은 너무나 버라이어티하고 흥미진진한 곳이나, 나의 체력으로는 반려견들과 함께 여행이 엄두가 안 난다고. 내 나이를 조금만 고려해 줄 수 있겠냐고. 경이로운 북미의 자연을 설명하며 그곳에서 강아지들과 걸으면 어떻겠냐고 물었으나, 스냅이네는 이왕이면 강아지와 도심을 걷고 싶다고 했다. 젊은 그녀는 활기찬 여행지가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이미 둘이 해외로 가는 것에는 잠정적으로 결정한 듯, 우리는 장소를 가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북미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미국 아니면 캐나다인데, 북미의 장점에 지인의 니즈까지 충족시켜야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Lake Louise'의 배경이기도 하며, 열 융프라우 안 부러울 스위스 같은 풍경의 캐나다 밴프를 제시했다. 널찍한 도로에 운전하기 편하고, 사람들한테도 개들한테도 친절한 캐나다는 어떠하냐고. 어마어마한 자연 풍광이 매력적이지만 좀 지루할 것 같아서 고민된다던 그녀에게 이효리 씨가 나왔던 '캐나다 체크인' 이야기를 했다. 그곳은 실로 강아지의 천국! 캐나다가 아닌 '개나다'라고!


켄넬에 달릴 물통에 물 먹는 연습하는 한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주 반항적인 표정)

그렇게 한참 의견 조율 끝에 우린 캐나다 아니, '개나다'로 목적지를 결정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소위 '선진 반려 문화 체험'이었다. 지인과 나는 각기 스냅이와 한들이라는 보더콜리를 반려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한들이와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중, 대형견 견주로 사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큰 개'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설움을 겪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권리가 아니다. 단지 혐오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니, 그저 평화롭게 산책하고 싶을 뿐이다. 그 꿈을 이룰 장소를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지만, 그렇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펫 프렌들리'한 해외의 반려 문화는 어떠한지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우리의 여행은 철저하게 '개 위주'의 여행이 될 것이다. 사실 사람 볼거리는 캐나다 서부보다는 동부가 훨씬 많다. 하지만 우리는 적당히 도시적이면서도 적당히 자연 친화적인 서부 밴쿠버를 목적지로 삼았다. 여기에는 그나마 짧은 비행시간도 고려되었다. 스냅이는 원반대회 출전 차 이미 미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한들이는 비행기 여행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첫 비행이 10시간 이상의 장거리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화물칸에 실려 긴 시간 비행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지, 켄넬 안에서 14시간 동안 쉬야는 잘 참을 수 있을지, 혹시라도 캐나다에 도착했는데 한들이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해외에서 반려견 장례 절차는? 검역은? 영어는?) 등등의 시나리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내 곁엔 나의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한 방에 날려주는 파워 긍정의 스냅이네가 함께 한다! 쓸데없는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고 비행기와 숙소, 렌터카 그리고 동물 검역 절차 등을 서로 나눠서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밴쿠버와 인근 지역의 펫 파크와 펫 스토어를 검색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게 우리의 여행 루트가 될 테니까!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는 두 멈머들 in "개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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