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그 빨간 녀석의 정체

그날 사라진 친구

by 홍시언

나는 땡이야.
요즘 나는 낮에 혼자 있는 게 익숙해졌어.
조금은 서운하지만, 이게 나의 하루니까.

누나는 요리학원 선생님이래.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하얀 옷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바쁘게 나가.

“땡이야, 잘 있어. 오늘은 저녁 늦게 올 거야.”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어.
나는 대답을 못하지만,
그 손끝에 내 얼굴을 비비며 인사했어.
“알겠어, 조심히 다녀와.”

누나가 문을 닫고 나면,

집 안엔 고요가 내려앉아.
햇살이 거실을 천천히 지나가고,
나는 방에서 방으로 옮겨가며
그 따뜻한 자리를 골라 눕지.


가끔 아빠가 점심시간에 집에 들어와.
문이 열릴 때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 앞까지 뛰어가.
아빠는 “땡이야~” 하고 부르며
조용히 나를 안아줘.
그리고는 소파에 털썩 누워
잠시 눈을 감지.

나는 아빠 곁에 누워서
그가 깨어날 때까지 조용히 있어.
아빠는 피곤하지만,
나를 안아줄 때는 언제나 다정하니까.


그리고 저녁이 되면,
마침내 누나가 돌아와.
나는 현관 앞에서 기다렸다가
누나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꼬리를 흔들어.
문이 열리면 나는 먼저 발을 툭 올려.
“어서 와, 누나.”

누나는 가끔 너무 피곤해서 말도 없이
그대로 주저앉듯 나를 안아.
나는 그런 날엔 특별히 말없이
고개를 누나 가슴에 파묻어줘.
그게 내 방식의 “괜찮아?”라는 말이야.


저녁을 먹고 나면,
누나는 나를 데리고 낙산공원에 가.
우리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고,
공원 입구에 다다르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신난 강아지가 돼.

그곳엔 친구들이 있어.

복실이, 초코, 몽이, 그리고 이름 모르는 강아지들.
다들 나보다 덩치가 크지만,
나는 절대 기죽지 않아.
왜냐하면 나는 내 누나를 지켜야 하거든.

누나 옆으로 다가오는 강아지들이 있으면
나는 “멍! 멍!” 하고 외쳐.
“우리 누나한테 너무 가까이 오지 마!”
누나는 그럴 때마다 웃어.
“우리 땡이는 질투가 심하네.”

하지만 그건 질투가 아니야.
그건 사랑이야.
누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어.

누나가 어디선가
정말 이상한 녀석을 데리고 왔어.
빨갛고, 반짝거리고, 다리는 너무 많고,
움직일 때마다 집게발을 짝짝 소리 내는 녀석.

나는 그 녀석을 처음 봤을 때,
몸이 굳어버렸어.
너무나도 무섭게 생겼고,
다가가기엔 낯선 냄새가 났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린내 같은 거였지.

“얘 봐, 땡이야. 오늘은 랍스터 친구야.”
랍스터? 친구?
아니, 이건 친구 아니야.
친구는 웃는 얼굴을 해야 하는데,
이 녀석은 눈도 없고, 웃지도 않아.

나는 겁이 나서 물러났어.
그래도 용기 내어 코를 가져다 댔는데…

안 돼. 너무, 너무 무서운 냄새였어.
게다가 그 집게발이 갑자기 딱 하고 움직였을 때,
나는 뒷걸음질 치다가 거실 카펫에 주저앉았어.

“땡이야, 왜 그래? 무섭구나?”
누나가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진심이었어.


나는 그날 그 빨간 녀석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그리고 왜 다시 안 보이는지를 몰라.

그 녀석은 그날 밤 이후로 사라졌어.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지…
이상한 게 있어.


그다음 날 저녁,
누나가 웃으며 나를 안았을 때,
나는 느꼈어.

그 녀석의 냄새가
누나 입에서 났어.

나는 그걸 누나에게 말할 수 없었어.
말할 줄 모르니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그 빨간 녀석은 우리 집에서 가장 짧은 인연이었고,
누나의 식탁에서 사라졌다는 걸.


나는 아직도 그 냄새를 기억해.
언젠가 그 녀석이 돌아올까 봐
낙산공원에서도 가끔 바닥 냄새를 맡아보지.

그때 누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
“우리 땡이, 이상한 거 또 찾았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꼬리를 흔들지.
그래, 오늘도 나는
누나 곁을 지키는 동그란 경비대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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