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소묘

by 서장석

국어사전의 사전적 정의

방귀 : 배 속의 음식물이 부패, 발효되면서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가스.

방귀 꾼 놈이 성낸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방귀.

항문으로 배출되는 기체의 총칭.

포유류의 장 내부에는 항상 가스가 괴어 있는데, 이것이 항문을 통해서 배출되면 방귀이고, 음식을 섭취할 때 같이 유입된 공기나 탄산음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에서 소화되는 도중 발생한 가스가 입을 통해서 배출되면 트림이다.


스스로 정한 정의

방귀 : 쌍 바윗골의 똥 트림.


우리 부부의 생물학적 나이는 육십이 넘었다. 그리고 둘 다 방귀를 잘 뀐다.

난 피식 나오는 실 방귀를, 아내는 방귀를 힘차게 뀐다. 내 생각은 아내가 배에 힘을 주고 뀌는듯한데 물어보지는 않았다. TV에서 동물이 나오는 프로를 보면 표범, 사자, 호랑이 등 동물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돌며 다리를 들고 쉬를 하며, 항문 근처 분비물을 나무나 바위에 표시하는 행위를 보았다. 이른바 영역표시 행위이다.

난 이것을 보며 집사람의 힘찬 배출 행위를 영역 표시하는 행동이라 칭하고 이를 아내에게 알렸다. 거실, 주방, 베란다, 작은방이 주로 아내의 영역표시 대상 장소.

소리가 귀에 접수될 때마다 영역표시를 그만하라고, 표시하지 않아도 다 당신 영역이라고 놀린다.

그럴 때마다 집사람은 당신은 안 뀌냐고, ❛내가 하면 로맨스 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심하게 대꾸한다.

약 사십 년 가까이 살다 보니 서로에게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사라져 버린 듯하다. 홀딱 벗고 집안을 활개 쳐도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내가 그런 것처럼 아내도 그렇다.


우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

지나온 세월 동안 괄약근 조임이 느슨해져 나오는 방귀란 놈을 두고 놀리는, 서로 간의 말다툼, 하루에도 두, 세 차례 행해지는 연속성에 지칠 만도 하건만 우리 부부는 그렇지 않다.

주로 시작은 내가 먼저 한다. 그리고 이것이 작은 언쟁으로부터 시작하여 커다란 싸움으로 번지길 여러 번. 그리곤 데면데면 며칠간 지내기. 반복되는 과정이다.

자식들이 장성해서 다 밖으로 나가고 우리 두 내외만 같은 울타리 내에 살아서, 매일 매 일이, 그날그날이 같은 일상이어서 더욱 그런 듯싶다.


한 번은 집에 오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데 괄약근에 신호가 오는 것이 아닌가.

주위에 같이 타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민망한 일이라 참고 또 참느라 혼이 났다. 물론 내린 후에 시원하게 토해 냈지만.


집 주변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서 경험한 일을 발설하면.

약 팔순 가까이 되어 보이는 노인이 책을 반납하고 계셨다.

왜소한 체구에 얼굴은 주름과 검버섯으로 가득했고 뒤에서 보이는 머리카락은 백발이었으며

모자를 쓰고 계셨다.

맨 앞에 노인 뒤엔 여고생, 그리고 내가 차례로 서 있었다.

여러 번에 걸쳐 키오스크로 책 반납을 하던 중, 피식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나는

그것이 방귀 소리라 직감했다.

그 순간 노인 뒤에 서 있던 여학생이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하는 행동이 보였다.

이윽고 보여준 놀라운 모습.

수 초 후 노인이 자신의 방귀 냄새를 맡고는 손부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뒤에서 웃음 참기에 실패한 나와, 어쩔 줄 모르고 엉거주춤 자세를 견지한 학생 사이에서

노인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와 본인의 할 일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나이가 저지른 실수이리라. 어쩔 수 없이.


나도 아내처럼 오른쪽 엉덩이를 들고 배에 힘주어 힘차게 쏘아본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엉덩이에 진동이 전달되며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들렸다. 뱃속이 한결 편안하다. 이래서 배에 힘을 주었구나. 이를 기회 삼아 여러 가지 신공을 발휘해 본다.

엉덩이 들고 쏘기, 걸어 다니며 쏘기 등.


무료한 일상에 말할 거리가 생겼다. 내 경우엔 볼일을 보고 나면 – 하루 2, 3회- 방귀가 잦아든다. 비타민 C를 복용하기 전엔 묽게 보았는데, 비타민 C를 장복하면서 색깔이 좋아졌고

방귀 뀌는 횟수 또한 준 듯싶다.

아무튼 나이 먹어 가면서 항문 조임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나는 자면서도 방귀를 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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