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세번째
글쓰기 세 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다.
일주일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지난주가 두 번째니 금 주가 3회 차가 맞다.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10분 일찍 출발하였다. 예상대로 전용도로가 한산하다. 비가 오는 날은 산지사방에서 다들 차를 몰고 나와서 그런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러나 오늘같이 쾌청한 날은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도로 사정이 너무 좋다. 평소보다 일찍 도착하여 4층 카페로 갔다. 70 넘어 보이는 바리스타 어르신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가격마저도 착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2,700원이란다. 한잔 주문하고 결재하였다. 얼음을 듬뿍 넣어 아아를 만들어 주신다. 아아는 빨대가 필수다. 가능하면 빨대 사용을 자제하려는데 이 물건만큼은 사용을 부채질한다. 식 음대 앞으로 테이블 서, 너 개가 보인다. 빈 곳을 찾아 자리에 앉고 한 모금 마신다. 시원하다. 목 넘김이 좋다. 가방에 담아 온 책을 꺼내 읽었다. 줄리아 카메론의 《 아티스트 웨이 》 저자가 중심을 두어 이야기하는 창조성 관련한 내용들은 숙독하고 실천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 시작 5분 전에 3층 강의실로 내려가 자리에 앉았다. 매번 참석 인원이 4명을 넘지 않아 단출하였는데 오늘은 참석 인원이 7명으로 대폭 늘었다. 새로 오신 분들의 자기소개와 참가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인원 증가 사유가 밝혀진다. 도서관에서 추가 모집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 이 좋은 강좌를 소수의 인원만 수강하기엔 너무 아까웠는데 다수의 인원이 함께하니 동지애도 생긴다. 그런데 수강인원 중 6명이 여자분이고 나만 유일하게 남자인 구성이었다. 낮 시간대 강좌 대부분의 참석은 여자분으로 채워진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다.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한 수업 안내를 설명하고 본론으로 진입.
책상에 갑자기 A0용지가 펼쳐진다. 뭔 일인지 몰라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강사님이 용지 근처로 모이라고 말한다. SCRIBBLE (난화) - 긁적거리기 –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이란다. 강사가 크레파스로 용지에 선을 무작위로 그리고 다음 사람이 그 끝을 이어 그리는 릴레이 그리기였다. 8명이 차례로 그리고 강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자기 눈에는 파도와 아지랑이가 보인다고 한다. 다음 사람이 친정엄마의 파마머리 같다고 한다. 차례로 설명하고 내 차례가 되어 하트와 반달과 융프라우 같은 산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강사님이 내가 본 것에 대해 평가했는데 소리가 작아 자세히 듣질 못했다. 질문 타이밍도 놓쳤다. 이런 종류의 수업도 있구나 참신하단 생각과 적응하지 못한 어줍음이 같이 느껴진다.
지난주의 문장에 대한 강좌에 이어 오늘은 문단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난주의 숙제였던 어린 시절 사진 가져오기에 이어 언제 적 사진인지 어디서 찍은 것인지에 대하여 각자의 설명과 스마트폰의 사진을 돌려 보며 잘생겼다, 예쁘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제대로 된 글쓰기에 앞서 자서전 같은 에세이 쓰기 설명과 안내문이 주어진다. 어떤 방식으로 작문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 동화책 읽기가 진행된다. 오늘의 제목은 강풀 원작 《 얼음 땡 》 어릴 때 놀이였던 내용을 그림과 함께 동화로 엮어 어린이가 읽기에 재미있게, 물론 성인도 어린 시절은 추억할 수 있게 작가가 내용을 꾸며 놓았다. 강사님의 육성으로 듣는 동화는 나의 어릴 때 친구들과 동네 마당에서 골목에서 놀던 시절로 데려다 놓았고, 듣는 사람 중에는 감정이입으로 인해 장탄식 나오기도 하였다. 나이를 먹어도 저렇게 순수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면 저분이 쓰는 글은 얼마나 감성이 풍부할까 하는 생각과 기대를 품게 하였다.
에세이에 대한 잠깐의 설명과 자전적 또는 배포한 안내문에서 발췌하여 문장 쓰기가 시작되고 15분 정도가 주어진다. 짧은 시간 동안의 주제에 맞는 글쓰기는 생각을 긴장시킨다. 그리고 늘 새롭다. 잘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주어진 시간 내에 완결시키겠다는 생각과 가능한 논리 있게 글을 구성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오늘은 글 주제도 확실하고 글감도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이 써지질 않는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펜을 놓아버렸다.
글쓰기를 마치고 한 분씩 본인의 육성으로 발표를 시작하였다. 그중 한 사람 난화 수업 중 그림에서 친정엄마의 파마머리 같다고 하신 분의 글이 귀에 쏙 들어왔다. 된장찌개를 주제로 생각을 정리한 글을 발표하였다. 마치 눈앞에서 전개되듯이 글을 써서 그 내용의 진솔한 생각과 글 냄새에 푹 빠져 들었다. 먹을 게 없어 보리밥에 된장찌개를 쓱쓱 비벼 열무김치와 같이 먹었던 그 시절의 음식을. 지금 먹을 음식이 차고 넘쳐 오히려 고르기가 어려워진 시대에 다시 추억을 소환해서 먹고 싶은 첫 번째 음식으로 탈바꿈시킨 글솜씨에 대한 경탄이 절로 나온다.
오늘 내 글의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들은 만큼, 안만큼 한 뼘 더 자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내 만족을 위한 글쓰기인데 스스로에게 다독여야지 하는 생각에 눈 한번 질끈 감았다.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