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우는 방법

글쓰기 수업 네번째

by 서장석

byAug 09. 2025

도로 옆에 달맞이꽃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었다. 꽃이 바람을 맞으며 지나는 모든 차에 손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얼굴을 노란색으로 화장하고 녹색 손을 흔들며 미끈한 다리는 가이드 레일에 감추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다. 히치하이킹 한다. 아내가 차 안에서 어제 있었던 손자 이야길 한다.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통상적으로 알은체하며 건성으로 고갤 끄덕이고 있었다.

수업 시간 30분을 앞두고 도착하였다.

늘 하던 대로 4층 카페로 올라가 시원한 커피 한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아침부터 덥다. 푹푹 찐다. 한증막이 따로 없다. 안, 밖의 온도 차가 최소 10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다 옆의 아이와 눈이 맞았다. 아이가 화들짝 놀라고 나도 공연히 겸연쩍어져 시선 처리가 어려워진다. 씩 한번 웃어주고 3층 강의실로 간다.

거의 일 등으로 도착한다.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선생님께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잠시 후 선생님이 도착했다. 가벼운 인사를 끝내고 문의 사항에 대하여 질문하자 간단명료한 답이 나온다. 인터넷 사용 관련 내용이었는데 젊은 세대라 그런지 너무도 쉽게 답해주었다. 난 디지털 문맹 세대가 맞다.

수강생이 속속 도착하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네 번째 수업인데 매번 내용이 새롭고 기대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문학 치료의 활용에 관한 내용을 진행한다고 한다. 인간을 문학으로 보고 인간 내면의 문학을 치료하는 기법인데 광범위한 주제여서 맛보기 정도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윽고 동화 구연 시간이 왔다. 제목은 ❝팥죽할멈과 호랑이❞. 호랑이가 할멈을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팥죽할멈이 쑨 팥죽을 먹은 알밤, 자라, 돌절구, 물치 똥, 송곳, 멍석과 지게 등이 팥죽할멈을 도와 호랑이를 물리친다는 내용. 매번 듣는 음성이지만 구연동화 읽기는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1인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등장인물에 맞는 소리의 변화가 있다. 겉표지를 들추자 한지 같은 질감의 속지가 나온다. 이 또한 의도를 가지고 삽입을 해 놓은 것이란 설명이 이어진다.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다 보면 아이들은 별별 것에 다 흥미가 있어 물어본단다. 한지 같아 보이는 점박이 무늬에도 아이들은 염소똥이냐 하면서 한바탕 웃음을 짓는다고 한다.

또 동화를 들려준다. ❝구렁덩덩 새 선비❞ 밭을 매던 할머니가 발견한 알을 먹고 아이를 낳았는데 구렁이를 낳아 키우게 되었다. 구렁이가 장성하여 정승 집 셋째 딸과 혼인한다. 첫날밤 구렁이가 꿀단지와 기름독에 들어가 허물을 벗고 사람으로 환골탈태한다. 그리고 준수한 청년으로 변해 이웃으로부터 시새움을 받는다는 것과 부부가 이별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었다. 강사님이 들은 내용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이 들었는지와 본인이 셋째 딸일 경우 대처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왜 그렇게 하느냐의 질문이 같이 쏟아졌다. 정답은 없는 생각의 만찬이 펼쳐진다.

한 분은 옛날 사고가 판에 박혀있다고 입에 침 튀도록 이야기한다.

왜 여자만 일부종사해야 하고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 동화 속까지 표현되어 있느냐고.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아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인의 의견을 피력한다.

다른 한 분은 글을 경어체로 작성하고 말씀한다. 우선 듣기가 편하다. 듣는 내내 딱딱하지 않고 귓속이 부드러워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분은 유사 동의어를 가지고 말의 유희를 즐기는 것 같았다. 뱀의 허물과 사람이 가진 허물을 유사 동의어로 만들어 능란하게 대비시키고 글을 늘이고 주무르고 비틀고 하며 언어의 유희를 즐겁게 사용하는 분이었다. 능력자다. 빼어난 재주꾼이란 생각이 든다.

내 차례가 와서 내가 듣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였다. 난 일부일처제는 근, 현대 사회가 낳은 폐단이고, 본능에 충실한 것이 지적당해야 하는 일이냐고 반문하였다. 역시 같은 답은 없다. 사람이 달라서인지 비슷한 생각은 있을지언정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은 없다. 십이지신에서 뱀은 지혜를 상징한다. 지혜의 상징인 뱀이 자신의 허물을 벗고 사람으로 변하여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고 예쁘게 살았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 10분여의 휴식을 갖는다.

다음으로 연작하기. 3회 차에서는 이어 그리기가 진행되었었다. 오늘은 앞 문장을 작성해 놓고 끝 문장부터 이어서 문장 만들기가 진행된다. 역시 이 맛이야. 강의 내용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늘은 수업 내용이 빠르게 변화한다. 15분 정도의 글쓰기 시간이 주어지고 각자 생각이 담긴 글을 꺼내 읽는다.

역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표출된다. 이어 글쓰기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하고 쓰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처럼 전 문장과 관계없이 글쓰기를 한 사람은 혼자였고. 강사님이 말씀하신다. 주제와 걸맞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조금 부끄러웠다. 어떤 생각으로 전 문장과 관계없이 혼자만의 글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는지 고치기엔 진도가 너무 나갔다. 강사님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여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잘 듣고 거기에 맞는 내용이 이어져야 하는데 독불장군으로 아니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혼자 놀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늘 같은 코스를 간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을 벗어나 한적한 길에 접어들었다. 불볕더위에 아스팔트와 인도가 뜨겁게 익고 있다. 멍하게 밖을 쳐다보며 머리를 비운다. 여름이라 덥기도 하지만 마음이 쩔쩔 끓고 있다. 배울 욕심에 익힐 욕심에 마음이 바쁘다.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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