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

by 서장석

해마다 3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는 골프 시즌이다.

그럼 나머진 비시즌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12월부터 1, 2, 8월의 4개월은 실내 스크린 골프 시즌이다. 왜? 너무 덥고 추워서 잔디밭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우린 스크린 시즌을 맞아 월 2회 정도 만난다. 바로 요즈음에. 4명의 스크린 프로가 만나는데 멤버 구성은 한 분은 고등학교 선배님, 나머지 3명은 고등학교 동기다. 주로 주말을 통해 만난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에 모여 스크린 게임을 하고 저녁을 먹고 서로의 관심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가끔은 흥분하기도 하고 세상 근심을 다 가진 듯 자식들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조언과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다들 기술자 출신들이어서 기술 계통의 관심사에 본인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라도 나올라치면 침 튀기게 의견이 개진된다.


사회적 지위도 가졌던 바가 있어서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도 많고, 걱정도 많다.

실내 스크린 골프는 우리끼리 어려움의 세기를 맞춘다. 보통 필드와 그린 난이도를 별 4개에서 4.5개 정도로 맞추어 놓고 다른 어떤 것도 못 만지게 한다. 방향을 돌린다든지 샌드웨지로 치라는데 클럽을 변경하여 퍼터로 친다든지 하는 경우는 안된다. 단 한 가지만 예외로 하고 – 그린 기울기 보는 정도만 – 나머진 없다. 멀리건도 없다. 규칙은 O.B, 해저드, 벙커, 3 퍼트, 트리플 보기를 할 경우 벌금을 1,000원씩 자진 납세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버디를 할 경우 나머지 3명이 2,000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규칙을 정해 놓고 게임을 한다. 이 돈을 모아 게임비를 충당한다. 보통의 경우 4명 게임비 이상이 걷히는데 1등 한 사람은 자기 게임비의 절반만 내고 2등은 자기 게임비 정도 나머진 3등과 4등이 조금씩 더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도 피 튀긴다.


우리의 첫 번째 관심사는 첫 벌금 내는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홀에서 납세자가 나오는데 안 나올 경우도 가끔 있어 하던 대로 하라고 난리를 친다. 또 멤버 중에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두 분 있는데 드라이버 칠 경우 중앙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 즉 절로 가는 현상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교회 다니지 말고 절에 다니라고 조언한다. 그게 말 되는 소리냐고 타박하면,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빈다고 한 소릴 한다. 우린 서로의 실수에 대해 일부러 큰소리로 웃는다. 큰돈은 아니지만 내 돈 내는 게 아니라 상대의 돈이 나와서 돈통에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 벌금의 상한은 없다. 버디를 맞고 실수를 많이 할 경우 – 내 경우를 들면 최대 6,000까지도 내 봤다- 온 동네가 잔치판이 벌어진다. 선배님의 경우엔 본인 벌금에 예민해서 – 다른 사람보다 – 어떨 땐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때도 있다. 너무 심하게 하면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그래도 잠깐만 그러다 만다.


전반이 끝나고 등수에 따라 다시 벌금을 낸다. 1등 1,000원, 2등 2,000원, 3등 3,000원, 꼴등은 4,000원이 또 적립된다. 이때 또 한 마디씩 하는데 내가 돈 내는 돈통이냐? 너는 돈 잡아먹는 블랙홀이냐? 지갑이 언제 열리는 것이냐는 등의 푸념이 쏟아져 나온다. 후반 시작과 함께 캐리 오너가 O.B를 내면 나이스 샷. 경사로다. 풍악이 울리고. 내 차례가 돌아오면 샷이 신중해진다. 실수하지 않고 웃음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웬만해서는 버디가 잘 나오지 않는데, 어떤 날은 한 사람이 계속해서 버디를 할 경우도 있다. 버디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의 온갖 눈총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도 좋단다. 다른 사람이 내는 벌금은 나의 즐거움이요, 기쁨이다. 나 아닌 네가 눈을 흘겨야 즐거움이 배가 되는 세상을 맛볼 수 있으니 어찌할 것인가.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 본실력은 아니고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부탁한다. 더욱 성질을 돋우는 소리다.


더 낼 돈이 없다고 하자 ❛지불 각서❜를 쓰라고 한다. 몸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줄 테니.

이것이 말 되는 소리냐고 큰 소리가 나온다. 헛웃음이 나오고. 농담이라도 심하게 농담하여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 한다. 다음부터는 벌금 낼 돈을 많이 준비하라고. 한 사람은 얼굴을 붉히고, 다른 사람들은 웃는다. 끝나고 점수를 보면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도 벌금이 쌓이는 것을 보면 신기에 가깝다. 내 경우는 보기를 하고도 벌금을 낸다. 이유는 그린에 투온을 하고 3 퍼트를 해서 벌금 1,000원을 내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를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정말로 억울하다.


실내 스크린 골프는 필드에서 운동하는 것과 달라서 감이 떨어질 경우가 있다. 특히 러프에서 칠 때와 퍼터 칠 때가 그런데, 퍼터 칠 때는 공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거리와 방향을 순전히 감으로 쳐야 한다. 러프의 경우 필드에서는 골프채가 빠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스크린에서는 미끄러지며 골프채가 빠져나간다. 내 생각에는 이 두 가지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점이라 생각된다.


게임이 끝나면 2층으로 올라가 저녁을 먹는다. 추어탕집과 낙지볶음집이 우리 단골 식당이다.

앞에 중국음식점도 있는데 다들 나이가 있어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요번 주 일요일 오후에 한 게임하고 시원한 물회 한 그릇 하자고. 시원하고 시큼한 물회 생각을 하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더울 땐 입맛 도는 게 최고다. 나만 돈 덜 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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