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첫 번째 수업 )
byAug 09. 2025
2025년 7월 10일 드디어 기다리던 날 아침이 왔다.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샤워하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하고 천천히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집사람이 나 보고 운전하란다. 그래 그 정도야 들어줄 만한 부탁인데 하고 운전석에 올라 네비에 행선지를 적어 넣는다. 봉담도서관. 차를 수원 영통에서 화성 왕림 휴게소까지 이어진 자동차 전용도로로 운전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오랜만에 이곳 도로를 달려 본다. 향남단지 갈 일이 있을 때 달려 보곤 참 오랜만이다.
이, 삼십 분 달려 왕림 휴게소로 향하는 갈래 길에 접어들었고 우회전하고 언덕을 오르니 장안대학교가 나온다. 목적지까지 십여 분 남짓 도서관에 도착 차를 아내에게 인계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와서 낯설었다. 도서관에 입장하니 오늘 수업할 강좌 안내판이 보인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글쓰기❞ 입간판을 보니 반가웠다. 드디어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글쓰기에 대한 글 고픔이 가득하여 인원 모집과 동시에 화성시 통합 예약 시스템에 접속하여 최단 시간 내 승인을 받아낸 강좌였다. 강의 시간 20분 전 강의실을 찾아다니다가 교실을 발견하고 입실하니 강사님이 먼저 와 계신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출석부에 서명했다. 한 분 두 분 그렇게 나까지 포함하여 네 사람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의 대략적인 윤곽 즉 커리큘럼이 이야기되었고,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된 글쓰기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강사님이 색종이를 나눠 주신다. 내게 주어진 색종이는 짙은 초록색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각자의 자기소개 내용을 적으라는데 주어진 지시어가 특이하다. 오른쪽 사람의 첫 번째 인상을 적어 문장을 만들란다. 적은 종이를 그분에게 주고 난 내 옆 사람으로부터 내 인상에 관해 적은 쪽지를 받았다. 그분은 내게 ❝많이 만났던 사람처럼 편안하다❞라고 적어 주셨다. 두 번째 지시어는 ❝요즈음 생각나는 단어 열 가지를 적어 자신을 소개하세요❞란 말이었다.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글쓰기,#독서,#꽃,#나이먹음,#부부,#늦음,#시작,#자발적 잃어버림,#직장,#여유. 열 가지가 순식간에 생각이 났고 생각난 대로 적어 내려갔다. 이 열 가지를 섞어 문장 만들기.
❝직장을 자발적으로 잃어버리고 여유로운 삶을 갖고자, 독서하며 늦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며, 김춘수 시인의 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자 뭐라도 된 양 약간 우쭐해졌다. 너무 고상한 척을 했나 싶다.
각자의 소개가 끝나고 글쓰기 수업이 진행되었다. 강사님의 말 중에 와닿은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 글쓰기는 어깨에 힘을 빼고/나의 말로/꾸밈없이/ 한 문장씩/정직하고/정확하게/써내려 가는 것이 중요하다❞. ❛멋 부림 없이 정교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와우! 이런 멋진 문장을 쓸 수 있는 분의 능력에 대한 기대가 가 일 층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버스 타기가 시작되었다. 우선 어디에서 어떤 버스를 타는지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다 보니 네이버 지도를 켜고 검색해 보았다. 이쪽과 저쪽에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대한 안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버스에 탑승하여 기사분께 갈 목적지를 이야기하자 건너편이란다. 길을 건너 정류장에서 안내 문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버스 노선이 얼마 없다. 다시 건너와 수원대학교 방면의 버스에 올라 십여 분 후 하차하였다.
어라! 이곳은 내가 생각했던 옛날 수원대 근처의 풍경이 아닌데. 잠시 혼란이 머릿속에 왔고 도시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도시의 여름이 아스팔트 위에서 이글대고 있었다. 이십여 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장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묵는 호텔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는데 엉뚱한 기차를 타고 가다가 이상해서 승무원에게 물었다. 00역으로 가는 기차 맞느냐고? 근데 아니란다.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기차란다. 무조건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 역이름도 모른 채 –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기차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겨우 기차를 잡아타고 역으로 와서 제대로 타고 호텔로 왔던 기억이 있다. 하마터면 유럽 미아가 될 뻔한 아찔한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그때만큼 절박함은 아니었지만······. 근처 편의점에 들러 다시금 교통편을 물어보고 00번 미니버스에 올랐다.
좌석 수 14개의 미니버스에 처음 탑승하니 어색함이 얼굴로 몰려온다. 무엇인지 모를 겸연쩍음도 같이 온다. 처음엔 다 어색하지, 어색한 법이지. 차량 내부의 크기가 아담하여 마치 미니어처에 입성한 느낌이 든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눈길 닿는 곳이 순식간이다. 강의 들으러 오며 버스에서 책 읽고 와야지 했던 환상은 무참히 날아갔다. 차량의 크기가 작아 흔들림이 심한 것이었다. 길 위의 돌멩이 하나만 밟아도 차가 덜컹댄다. 포트홀을 지나면 몸의 흔들림이 최고조에 이른다. 작은 낚싯배에 올랐을 때의 요동을 겪는 느낌이랄까? 자 이런 상태에서 책 읽기는 극락에서 염라대왕 만나기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냥 포기하고 7월 초순의 창밖을 본다. 거리엔 사람이 없다. TV에선 폭염으로 인한 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수분을 섭취하고, 한낮의 땡볕에서 일하면 열사병이 걸릴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차는 탈 손님이 없으니 정류장 몇 개를 통과하고 융, 건릉을 지나 대로에서 벗어나 손님을 태우기 위해 깨끗이 조성된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다. 손님을 모시기 위해 들리는 코스인 것 같은데 역시 사람이 없다. 평일 한낮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어 기사분들이 무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상가에 도착하니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가 내릴 정류장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다. 기사분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00 고등학교 앞 정류장에서 하차.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쥘부채를 들고 여름을 만끽하며 걸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