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
우리 아버지는
2남 4녀의 자녀를 둔
내게는 엄격하시고
다가가기 어려운 남과 같은 분이셨다.
말솜씨가 좋으시며 박식하시고
서당 공부를 하셨기에
탁월한 한자실력도 지니셨다.
게다가 인물도 좋으셔서
인기도 많으셨으니…
(사실 좋게 말해서 인기지..우리 엄마에겐 평생 고통이고 아픔이었다...)
암튼 아버지는 내게 무서운 존재였다.
중고시절 부처님 오신 날~
아버지는 그 당시 불교 회장님!
딸들인 우리들은 태극기를 들고
몇 년째 행사에 참여해야만 했다.
행렬도중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자
아버지가 바쁘시게
이리저리 뛰시며 다니셨다.
그런데 아뿔싸 ~
난 그때에야 아버지의 뛰시는 모습을
난생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순간 그 모습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우리 아버지가
절뚝거리며 뛰시는 게 아닌가...
처음 알았다.
아버지의 두 다리가
균형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눈물이 나올 뻔했다.
내게는 커다란 산과 같으신 분!
그런데 아버지의 나약함을 본 순간
마음이 시리고 무척 아팠다.
행렬 내내 온통 아버지의 모습만
아른거렸다.
이후에 엄마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기셨다고…
그럴 때면 병원이 아닌 집에서 그저
누워 있는 것이 치료의 전부셨다고.
남편을 일찍 보낸 할머니에겐
그 어떤 대책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아들의 생명을 하늘에 맡기고
방심 아닌 방심을 하게 된 셈이었다.
그 사건 그 이후로…
아버지가 가엾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가여운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겉보기엔 강해 보이지만…
그들도 약하고 약한~
여린 한 사람일 뿐이다.
가여운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