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은 원래 힘든 것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다. 목요일 새벽 1시 반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을 타고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 버스를 타기 전에 엄마가 어딜 가는 걸 아는 건지 둘째 아이가 열이 났다. 아팠던 아이가 다행히 괜찮아진 것 같아 여행을 갈 수 있었지만 그냥 힘들다는 생각뿐이다. 지금 내 상황에 이 체력에 무슨 여행을 하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이 새벽에 버스를 타고 있나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게 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첫 번째는 우리 아이들이고 다음은 나의 체력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출발 5시간 전이었다. 오랜만에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다. 대구에 자주 올 수 없으니 왔을 때 얼굴이나 보자고 해서이다. 여행을 앞두고 체력을 아껴야 할 때 친구들을 만나 놀고 있다. 일본에 살고 있는 동아리 후배는 지금 만난 이 친구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다. 혼자 후배를 만나러 가는 것에 상당히 들떠 있었나 보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둘째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바로 집으로 갔다. 그것이 버스 출발 3시간 전의 일이다.
그다음으로 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은 날씨이다. 여행을 갈 때가 마침 장마 기간이다. 예쁜 옷을 입고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할 수 없이 편한 옷을 입게 되었다. 여행을 위해 샀던 모자는 집에 두고 카메라도 집에 두었다. 선글라스도 필요 없었다.
인천공항행 리무진은 어찌나 에어컨 바람이 센지 카디건을 챙긴 것이 다행이었다. 살며시 잠들었다가 다시 깬 이유는 어느새 히터를 틀어놓으셨기 때문에 답답해서이다. 비가 와서 습해서 그런 건지 주위의 다른 승객들도 찜통 속에서 쓰러져 있는 듯했다. 다행히 사고 없이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서둘렀기 때문에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넓은 인천공항에서 조금 헤매어도 시간이 남았다. 예매해 둔 티켓을 받으러 여행사를 찾아가는 것도 많이 걸었어야 했다. 역시 여행은 시간을 넉넉하게 계획을 잡아야 마음이 편하다. 어떠한 돌발상황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말이다.
잠시 허기를 달래고자 식당을 찾았는데 이른 시간이라 한식집은 다 문이 닫혀있다. 어쩔 수 없이 24시간 하는 패스트푸드 집에 가서 즐겨 먹는 햄버거를 먹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 먹는 음식이 평소 나의 식단과 다르지 않음이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벽에 공항에 와서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속에 있으니 뭔가 설레기도 했다. 아직 비행기를 타기 전인데 버스를 타고 와서인지 몸이 너무 피곤하였다. 일본에 가서 후배를 무사히 만나야 할 텐데 걱정이 살짝 되었다.
여행은 준비할 때 가장 행복하고 설레지만 막상 시작하면 극기 훈련과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