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감성 폭발 여행이 좋다
우에노 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서양미술관이다. 문화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던 나로서는 여행을 가서 미술관 관람은 실로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블로그에서 이미 미술관 외관을 본 터라 감흥이 없을 줄 알았지만 눈앞의 거대한 로댕의 작품들은 정말 대단했다. 사람의 상상만으로 어떻게 그런 묘사를 할 수 있는지. 실제로 지옥의 문이 있다면 저렇게 처절한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내부에는 생각보다 많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미술관 안과 밖의 작품들은 모두 진품이라고 한다. 왠지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실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코앞에서 본 적은 처음이라 더욱 감동이었다.
모네, 르느와르, 피카소의 그림을 본 것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언제 또 여길 올 수 있을까 싶어서 그림의 붓 터치 하나하나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마무리로는 그림과 멀리 떨어져서 전체의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이 미술관 안 그림의 모습을 보고 최대한 내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다. 지금 이 그림에 대해 느끼는 감동과 이 순간은 정말 우주에서 나와 이 그림만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일이라 관람객이 많지 않은 것도 행운이었다. 이 그림의 화가와 말없이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침묵 속의 대화가 나의 감성을 무한히 자극하였다. 서양미술관에서 가끔 열리는 특별전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짧은 여행 일정에는 가능하지 않았다. 이런 좋은 작품 전시를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이곳 주민들이 부러워졌다. 물론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온갖 전시회와 문화 공연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서울이나 일본의 도쿄나 느껴지는 거리감은 비슷했다. 아주 아주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
한 번씩 서울에서 보고 싶어 하던 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가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전시회 하나 보자고 어린애들을 맡긴다면 부모님들은 정말 어이가 없어하실 것 같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클림트 전시회가 열린다고 했을 땐 정말 가고 싶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가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 그림을 보려면 오스트리아에 있는 미술관까지 가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다 보니 미술, 음악, 전시 등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들이 되어있었다.
미술관 관람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눈이 너무나 아프다는 것이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한 조명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약한 조명들은 내 눈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림 아래에 쓰인 작가 이름은 안 그래도 일어로 쓰여 잘 못 읽었지만 영어조차도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가 힘들었다. 관람은 마치고 나올 때쯤 내 눈은 침침한 상태였다. 미술관 관람도 오래 할 것이 못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라 기회가 될 때 한꺼번에 다 봐야 한다는 욕심이 그렇게 만들었다. 차라리 야외에서 볼 수 있는 조각상들이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흐린 날에도 우에노 공원의 관광이 심심하지 않았던 것은 좋은 그림들과 함께여서가 아닐까라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감성이 메말라가던 요즘 오늘만큼은 감성이 풍부한 소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