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일본 여행 2014

3 비가 와도 여행은 계속된다

by 은하

원래 나는 여행을 하면 사진을 많이 찍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여행지의 날씨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비가 오고 흐린 날은 사진기에 습기가 찰까 걱정이고 햇빛이 잘 들지 않으면 사진이 밝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내가 포토샵을 이용해서 보정하는 것을 못하기 때문에 보정이 필요 없도록 찍을 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사실 보정한 사진보다 원래의 사진 감성을 더 좋아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은 여행은커녕 외출도 자제하는 편이다.


신혼 초에 한번 남편과 겨우 시간을 내서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었다. 일정을 짜고 숙소 예약도 미리 하고 두근거리며 갈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여행 3일 전 일기예보에서 우리 여행 기간 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서 비까지 많이 오면 사진 찍기나 여행하는 일은 힘들 것 같았다. 여행이 즐겁지도 않을 것이고 혹시나 날씨 탓에 돌아오는 비행기 결항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모든 예약을 취소하였다. 비가 와도 괜찮다고 제주도에 오라는 숙소 아주머니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위약금마저 생겨서 속상했다.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없는 여행이란 상상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번 일본 여행은 갑자기 잡은 일정이었고 일기예보는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여행기간 내내 한국은 장마이고 일본도 내내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은 포기하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무거운 카메라를 넣지 않아 가벼워진 여행 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좋은 여행일 것이다. 휴대폰 사진만으로도 추억을 남기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행 첫날에 비가 오지 않았다. 흐리긴 하지만 적당한 구름이 있어 눈이 부시지 않으니 경치 구경하기 좋은 날씨였다. 일기예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불만이 많은 요즘이지만 이럴 땐 일기예보가 틀린 것이 나에겐 행운과도 같았다.

그래서 다행히 첫째 날의 자유일정은 비 걱정 없이 느긋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 날은 비가 와도 상관이 없는 실내 관광 위주의 일정들이어서 이번 여행의 날씨에 대한 불만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이제는 좀 더 긍정적인 마음이 들게 된다. 어차피 일본의 여름은 습하고 더운 날씨라 여행하기 힘든 계절인데 적당한 비가 온다면 더위는 없을 테니 나의 여행이 더 쉬워질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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