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
간담랜드 주차장.
새벽 2시.
원래 도착 예정인 시간보다도 조금 늦어졌다.
한결은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구석에 자리를 찾았다. 차를 세우고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증권 앱을 열었다.
예수금: 253원.
'이러려고 살아왔나...'
순무는 죽었다. 대출은 밀렸다. 월급은 쥐꼬리만 하다.
'100만 원만 벌면...'
차에서 내렸다.
입구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새벽인데도 이렇게 붐비다니.
입구에 경비원이 서 있었다.
"신분증 제시해 주세요."
한결은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경찰 신분증은 가방 깊숙이 숨겼다.
'걸리면 끝이야.'
박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강원랜드 출입한 경찰관들, 감사에 걸려서 해임까지 갔다는 이야기.
'하지만 주민등록증엔 직업이 안 나와. 조심하면 돼.'
경비원이 신분증을 스캔했다.
"회원이세요?"
"아니요, 처음입니다."
"그럼 회원 가입하셔야 해요. 저쪽 데스크로 가세요."
회원 가입 데스크로 갔다. 사람들이 다섯 명 정도 줄 서 있었다.
차례가 되어 서류를 받았다.
이름, 주민번호, 연락처, 주소.
직업란이 있었다.
한결은 잠시 멈췄다가 '회사원'이라고 적었다.
"신분증이랑 대조 확인하고요."
경비원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회원카드 여기 있습니다. 분실하시면 재발급 수수료 나오니까 조심하세요."
플라스틱 카드를 받았다.
자신의 이름과 회원번호가 적혀있었다.
----
■ 5.
문을 통과했다.
순간 소음이 밀려왔다.
사람들의 함성, 딸랑거리는 슬롯머신 소리.
딜러들의 목소리, 담배 연기.
'와...'
단속을 돌면서 외부에서 바라보았던 상상 속의 모습보다 훨씬 시끄럽고 혼잡했다. TV나 영화에서 본 카지노는 여유롭고 조용했는데, 이곳은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이 빼곡했다. 바카라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뒤에도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천장이 뿌옇게 보였다.
환전소로 갔다. 여기도 줄이 길었다. 10분을 기다렸다.
"70만 원 환전이요."
직원이 돈을 세더니 칩을 내밀었다.
10만 원짜리 칩 7개.
'이게 70만 원...'
플라스틱 칩이 생각보다 가벼웠다.
'내가 벌어둔 70만 원이 이렇게 가벼웠었나. '
한결은 칩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자리가 있나?'
테이블을 둘러봤다.
전부 만석이었다.
한 테이블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길래 옆에 섰다.
15분쯤 지나자 한 명이 일어났다.
"앉으세요."
한결은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안내판이 있었다.
'바카라 - 최소 베팅 5만 원'
'... 5만 원?'
생각보다 높았다. 만원부터 시작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자리는 아직 비어있었다. 앉았다.
딜러가 말했다.
"베팅해 주세요."
테이블 위에 '뱅커 Banker'와 '플레이어 Player'가 적혀있었다.
한결은 떨리는 손으로 10만 원짜리 칩 하나를 꺼냈다.
칩을 뱅커에 놓았다.
"베팅 끝."
딜러가 카드를 나눴다.
플레이어: 7
뱅커: 5
플레이어 승.
한결은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뛰었다.
다시 10만 원을 뱅커에 놓았다.
베팅 끝.
플레이어: 6
뱅커: 8
"플레이어 승."
'이겼다.'
손이 조금 덜 떨렸다.
계속 10만 원씩 걸었다.
이기고, 지고, 이기고.
1시간이 지났다.
남은 돈: 150만 원.
원금의 2배가 되어 있었다.
----
■ 6.
2시간째.
70만 원을 벌었던 한결의 칩은 어느덧 수북하게 쌓였다. 한결 앞에 300만 원어치의 칩이 쌓여있었다.
'이제 정말 그만해야지.'
원래 시드의 2배 정도 벌면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는데, 이제는 월급에 거의 육박하는 돈을 따놓은 한결이였다. 하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옆자리 남자가 500만 원을 걸었다. 이겼다. 1000만 원이 됐다.
그 남자가 환호성을 질렀다.
환호성 속에서 자신이 갚아야 할 돈이 맴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유혹이 강했지만 한결은 자리를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고 화장실로 나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밖으로 나가려는 길에 로비에서 한 남자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목에 명찰이 걸려있었다. 'VIP 서비스팀'이라고 적혀있었다.
'VIP라...'
한결은 고개를 저었다.
머릿속에 VIP라운지는 어떤지 궁금해졌지만 이미 늦은 시각이었다. 시간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있으면 출근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날이 밝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