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느 카지노 경찰관 이야기 (3)

by 서우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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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카지노에 다녀온 다음 날. 월급날이었다.


새벽 4시에 집에 도착해서 두 시간도 못 자고 출근했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한결은 순찰차 조수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통장을 확인했다.

입금 내역: 1,500,000원

세금 떼고, 보험 떼고 남은 실수령액이다. 거기서 대출 이자도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

한결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한 달 일한 대가구나.'


어젯밤이 떠올랐다.

300만 원.

몇 시간 만에 벌었다. 월급의 2배만한 돈을.

"선배님, 괜찮으세요?"


김 순경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한결은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응, 괜찮아."
"얼굴이 안 좋으신데... 어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 그냥 잠을 못 잤어."


김 순경이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

"선배님, 순찰 나가야 합니다."


한결은 잠시 멈칫하다 대답했다.

"그래, 가자."

순찰차가 출발했다. 한결은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순찰.'


하루 종일 민원 처리하고, 신고 접수받고, 공문 처리하고. 그렇게 한 달을 일해서 받는 게 230만 원.

대출 이자 내고 나면 150만 원.


'어제는 몇 시간 만에 300만 원을 땄는데.'


손이 떨리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처음 카지노에 갔을 때는 그렇게 떨렸는데. 어제는 마지막에 300만 원짜리 현금을 들고도 손이 떨리지 않았다.


김 순경이 무전기를 확인하며 말했다.

"선배님, 오늘은 별 신고 없네요. 조용하네."
"그러게."

한결은 대답했지만, 머릿속은 다른 곳에 있었다.

화려한 조명, 칩 소리, 딜러의 목소리.

"플레이어 승."

그 순간의 쾌감.

'한 번만 더 가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300만 원 땄으니까 됐어. 그만해야지.'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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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퇴근 후. 한결은 집으로 가지 않고 은행에 들렀다.

ATM 앞에 섰다. 주머니에서 현금 뭉치를 꺼냈다.

300만원. 현금이 두둑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아내에게 줄까?

아내가 물어볼 것이다. 어디서 났냐고.

'복권 당첨됐다고?'

거짓말은 들통난다.

결국 한결은 비밀 계좌에 입금했다.

예전에 만들어둔 비상금 통장. 아내가 모르는 통장.

입금 완료.

잔액: 4,627,543원

한결은 영수증을 구겨 넣고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출발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냈다. 검색했다.

'간담랜드 운영시간'

24시간.

'오늘 가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늘은 피곤해. 그리고 이미 300만 원 땄잖아.'

시동을 껐다.

하지만 10분 후, 다시 시동을 걸었다.

또 껐다.

30분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결국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한 번만 더.'

'이번엔 300만 두 배, 600만 원 따자. 그럼 대출도 빨리 갚을 수 있어 ‘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었다.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화려한 조명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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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3일 후.

"간담랜드 앞 무료급식소 근처, 노숙자 소란. 출동 바람."

한결은 순찰차를 몰았다. 김 순경이 한숨을 쉬었다.

"형님, 또 그쪽이네요. “


5분 만에 도착했다.

50대 노숙자가 보였다.

한결은 얼굴을 알아봤다.

'최범수...'

며칠 전 봤던 그 노숙자였다.

여전히 헐렁한 점퍼, 찢어진 바지, 술 냄새.

"경찰입니다."

김 순경이 다가갔다

"아저씨, 그만하세요. 또 신고 들어왔어요."

최범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중얼거렸다.

"만 원만... 만 원만 있으면..."
"아저씨,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김 순경이 어깨를 흔들었다.

"어디 일이라도 구하세요. 카지노 가봤자 돈 안 돌아옵니다."

그 순간. 최범수의 눈이 변했다.

"네가 뭘 아는데?"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갑자기 김 순경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어떻게 잃은 돈인데! 네가 뭘 알아!"
"아저씨!"


한결이 재빨리 둘을 떼어냈다. 최범수를 제압했다.

"놔! 이 새끼야 놔! 따서 찾아올 거야! 오늘 꼭 딸 거야!"

최범수가 발버둥 쳤다.

술에 취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곧 축 늘어졌다.

"따서... 찾아올 거야..."

중얼거렸다. 한결은 최범수를 순찰차에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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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경찰서 조사실.

최범수를 의자에 앉혔다.

한결은 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름."
"최범수."
"주민번호."
“…”

최범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아저씨, 주민번호."

한결은 신원 조회를 했다. 화면에 전과 기록이 떴다.

전과 5범. 도박, 사기, 절도.

최근 3개월간 신고 접수 8건.

전부 간담랜드 근처.

한결은 최범수를 봤다.

"따서 찾아올 거야..."

최범수가 또 중얼거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 떨리는 손. 흐릿한 눈빛.

'저렇게까지 돌아가고 싶었던 걸까.'

한결은 조서를 마저 작성했다.

"일단 유치장 가세요. 술 깨면 보내드릴게요."

최범수를 끌고 나가는 동료를 보며 한결은 생각했다.

'나는 300만 원 따고 그만뒀잖아.'

'통제할 수 있어.'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답답했다.

퇴근 시간.

한결은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었다.

집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핸들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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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밤 10시.

한결은 간담랜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왜 여기 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답은 알고 있었다.

'한 번만 더.'

합리화였다.

’ 2배.‘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차에서 내렸다.

입구로 걸어갔다.

경비원이 회원카드를 확인했다.

"어서 오세요."

문이 열렸다.

익숙한 소음, 익숙한 담배 연기, 익숙한 조명.

한결은 환전소로 갔다.

"300만 원 환전이요."

이번에는 300만 원을 환전했다. 자신의 월급과 딴 판돈과 함께.'

'2배. 그리고 멈추자. 그만하는 거야.'

칩을 받았다.

10만 원짜리 30개.

바카라 테이블로 갔다.

자리에 앉았다.

딜러가 말했다.

"베팅해 주세요."

한결은 칩을 꺼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10만 원을 뱅커에 놓았다.

"베팅 끝."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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