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MZ 키워드 한류, 웰니스, 여행
싱가포르 MZ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K-wave, 웰니스, 여행 세 가지이다.
싱가포르 MZ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를 한류(K-wave)로 꼽는다고 하면 좀 과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지내다 보면 진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한국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한 젊은이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한국 음악, 편의점의 많은 한국 라면들과 핫한 한국 레스토랑들.
싱가포르는 동남아 한류 열풍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J-hope이 4월에 싱가포르에서 콘서트를 했고, G-dragon, 2ne1, Blackpink, NCT, Kai, 르세라핌 등등 정말 많은 한국 가수들이 싱가포르에서 콘서트 공연을 할 예정이다.
왜 인구가 580만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 싱가포르에서 한국 가수들이 콘서트를 할까?
첫 번째, 싱가포르 MZ들의 K-POP 소비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콘서트 티켓, 굿즈, VIP패키지 등 고가의 상품들이 잘 팔리고, 전 세계적으로 K-POP VIP티켓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도시중 하나가 '싱가포르'이다. 그만큼 싱가포르 MZ들의 k-culture 사랑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Marina Bay Sands, Indoor Stadium, The Star Theatre 등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연장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비행기로 가깝고 비자도 필요 없어 동남아시아의 팬들이 모이기 가장 쉬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콘서트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한류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얘기를 해보면, 어느 날 버스 타고 집에 가는데 뒤에서 어렴풋이 한국어가 들리는 거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는데 진짜 한국어였다.
오빠, 언니, 사랑해요, 미안해요, 감사해요.
뒤에서 한 고등학생이 자신이 배운 한국어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발음이 좀 어눌했지만 나한테는 너무 귀엽게 들려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내가 또 그때 한국어 선생님을 하고 있었기에, 잘못 발음하는 게 몇 개 보여서 뒤돌아서 고쳐줘야 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
이런 현상이 한국어 학습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MZ세대에게 한국 문화는 하나의 힙한 유행이 되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 보고, 불닭볶음면 먹고, K-pop 듣는다. 주말에는 Bugis Junction 2층 K Street에서 한국 물건을 사기도 한다. 한국 스타일 옷이랑 화장품을 진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청소년들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가장 핫한 싱가포르 클럽에 가봐도 알 수 있다. 클럽에서 BTS, 블랙핑크, 빅뱅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신나게 따라 부른다. 한국어로 된 노래인데도 말이다!
내 주변 싱가포르 친구들을 봐도 K-pop을 모르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은 한국 가수를 알고 있어서 내가 몰랐던 아티스트들을 추천받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으로 올까? 2024년 싱가포르에서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37만 6천 명이었다. 전체 인구가 580만 인 것을 고려하면 정말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나는 모든 싱가포르 MZ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 관련 소비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많은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가지고 있고, 이게 그들의 일상과 정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웰니스(Wellness)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Wellbeing(웰빙) + happiness(행복) + fitness(건강)을 합친 개념으로, 요즘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싱가포르 MZ세대 중 클럽이나 나이트라이프에는 21%만 관심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 나머지 79%의 싱가포르 MZ는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 허브다. 경쟁이 치열하고 생활비도 비싸다. MZ세대는 일찍부터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어 Wellness에 더 관심이 생긴 듯하다.
정신 건강, 명상, 번아웃 방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국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정부도 'Healthy SG' 캠페인을 통해 국민 건강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작년 기준 싱가포르 웰니스 경제 규모는 163억 달러였고, 매년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Marina Bay Sands나 CapitaLand 같은 대기업들도 헬스 & 웰니스 리조트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돈이 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곧 한국에서도 Wellness라는 단어를 흔하게 들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다ㅎ)
싱가포르 친구들을 보면 굉장히 건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셔! 놀아! 끝까지 가자!
이런 느낌이 없이 일이든 놀기든 적당히 선을 지켜하는 느낌이다.
다들 건강하게 사려고 노력한다는 게 느껴진다. 건강한 음식 먹기, 일과 삶의 밸런스 맞추기, 꾸준한 운동, 정신건강 챙기기까지. 이 모든 걸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신 건강 관리는 대학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다. 주변에 명상을 하거나 명상 앱을 이용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한국에서도 요즘 명상이 떠오르고 있는데, 싱가포르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좀 더 보편화된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 TikTok에서도 #wellness, #mentalhealth, #healing 관련 콘텐츠가 대세다.
한국 MZ세대가 주로 다이어트나 몸매 중심의 웰니스에 집중한다면, 싱가포르 MZ세대는 범위가 더 넓다. 일상 속 실천과 감정 조절까지 포함한다. 정신과 상담이 아직도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카운슬링, 명상, 번아웃 예방에 매우 개방적이다.
앱을 통한 명상, 공원에서의 요가 클래스, 각종 웰니스 프로그램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여행족 중 하나다.
싱가포르 MZ세대들이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 이 수치들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2024년 싱가포르 거주자들이 해외로 떠난 여행은 총 1,040만 건에 달했다. 인구가 580만 명인 나라에서 이 정도면, 거의 모든 성인이 1년에 최소 1번 이상은 해외여행을 간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MZ의 77%가 해외여행이 정신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여행을 취미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에서는 정신 건강을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싱가포르 MZ들의 여행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여행을 갈 때 혼자 가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혼자 해외여행 간다"라고 하면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싱가포르에서는 솔로 여행이 굉장히 흔하다. 거의 모든 18-25세 싱가포르인이 이미 첫 솔로 여행을 갔거나 곧 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둘째, 굉장히 즉흥적이다. 스카이스캐너 2023년 데이터에 따르면 31%의 싱가포르인이 출발 단 1주일 전에 항공편을 예약하는 즉흥 여행을 즐긴다고 나타났다. 싱가포르 친구들끼리 모여서 주말에 뭐 했어? 물으면 나 말레이시아 갔다 왔어. 태국 갔다 왔어. 하고 말하는 게 굉장히 흔하다. 쥴리도 자주 나에게 물어봤다.
주말에 뭐 해? 나 발리에 서핑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서핑하는 친구들은 정말 동해에 놀러 가듯이 발리를 자주 갔었다.
사실 바로 옆 말레이시아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고,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변 동남아 국가도 비행기로 금방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여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나도 당일치기로 말레이시아에 자주 갔었고, 친구 줄리와 인도네시아 바탐에 배를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서핑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주말에 발리에 가서 서핑을 하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들에게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은 우리에게 동해, 남해, 제주도와 같은 개념이었다.
서울보다 약간 큰 이 조그만 나라에 평생 살아야 하는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이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여담으로 싱가포르는 4계절 여름이고, 가깝게 여행할 수 있는 주변 나라들도 다 여름이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 있는 나라에 여행하는 것을 좀 특별하게 생각한다. 겨울을 느끼려면 우선 계절을 맞춰서 여행을 가야 하고, 여행을 위해 필요 없는 겨울 옷들도 사야 한다. 그래서 겨울이 있는 곳에 여행하고 와서는 프사를 바꿔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고 했다. 4계절이 있는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싱가포르 MZ를 표현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한류, 웰니스, 여행으로 꼽았다. 이게 어쩌면 싱가포르 MZ를 대변하는 세 가지 키워드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 키워드 말고도 '트렌디한 카페, 레스토랑, 호텔', '온라인 쇼핑', '개인 맞춤 소비'와 같은 다른 키워드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MZ와 다른 부분을 알려주고 싶었고, 내가 꼽은 3개의 키워드가 싱가포르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