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패자의 역사, 침묵당한 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 하워드 진, 『민중의 역사』
오늘, 우리가 느끼는 '을'의 감각은 어디서 왔을까?
2025년 대한민국.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한류 문화는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자신을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 있다고 느낍니다. 학생, 노동자, 소상공인, 심지어 중산층까지도 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 '을'의 감각은 단순한 착각일까요, 아니면 우리 역사의 깊은 자락에서 이어져 온 무언가일까요?
이 연재는 한국 근현대사를 '주권'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하는 여정입니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응전과 도전'의 패턴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주권 개념의 위기와 회복: 세계사적 맥락에서 보는 한국
"주권(主權)"이란 무엇일까요? 서구에서는 베스트팔렌 조약(1648) 이후 국가의 최고 권력이자 독립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주권은 단순한 국가 권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일제 강점기를 통해 빼앗겼던 것, 분단과 군사독재를 통해 제한되었던 것, 그리고 민주화 투쟁을 통해 회복하려 했던 가치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국가의 주권은 세계화, 디지털 기술, 기후변화, 초국적 자본의 영향력 확대로 도전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주권 투쟁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참조점이 됩니다.
응전과 도전의 변증법: 토인비 이론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 연재에서는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제시한 '응전과 도전(Challenge and Response)' 이론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토인비는 문명의 발전이 외부적 도전(Challenge)과 이에 대한 창조적 응전(Response)의 반복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이 관점에서 보면, 주권에 대한 '도전'(식민지배, 군사독재, 신자유주의의 압력 등)과 이에 맞선 민중과 시민의 '응전'(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혁명, 5·18 광주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 등)이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응전과 도전'의 반복 속에서 한국 사회는 발전해왔으며, 주권의 개념과 실천 방식도 진화해왔습니다.
사료와 증언으로 쓰는 역사: 연구 방법론과 자료의 활용
"가설은 언제나 검증 가능해야 한다." 역사학자 E.H. 카의 이 말처럼, 이 연재는 단순한 주장이나 가설이 아닌, 구체적인 사료와 증언에 기반한 서술을 원칙으로 합니다. 각 사건과 현상에 대한 해석은 가능한 다양한 관점을 포함하고,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자 합니다.
특히 '을'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기 위해, 공식 문서나 언론 보도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증언, 일기, 회고록, 구술사 자료 등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역사는 거대한 권력의 흐름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왜 지금 '을'의 역사인가?: 현재적 관점에서 주권 개념의 재해석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 카의 말처럼, 역사를 보는 관점은 현재의 문제의식을 반영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을'의 감각을 느끼는 것은 주권이 여전히 완전하게 실현되지 못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이 연재는 단순한 과거 사건의 나열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사회적 불평등, 권력 남용, 민주주의의 퇴행, 경제적 양극화—의 역사적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이 여정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응전'을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제1장 "주권의 침탈과 최초의 응전: 동학에서 3·1까지"를 시작하겠습니다. 동학농민운동의 의미와 3·1운동으로 이어지는 주권 회복의 열망,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 하에서 형성된 '가짜 주권'의 뿌리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응전'의 순간은 언제였다고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나눠주세요!
[용어 해설]
주권(主權, Sovereignty): 정치적 공동체가 최고의 권위와 정당성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권리. 근대 국가에서는 국민주권 원칙이 핵심이다.
응전과 도전(Challenge and Response):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제시한 문명 발전의 메커니즘. 외부적 도전(환경, 침략, 위기 등)에 대한 창조적인 응전이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이론.
[다음 회 예고] 제1장: 주권의 침탈과 최초의 응전 - "백성에서 주권자로: 동학농민혁명의 정치적 의미와 민중주권 개념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