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매 품고자 한 붉은 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던 나라서

by 담설

새초롬스레 맺힌 그 열매를 어찌 탐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나도 좀 제 것으로 가져 보고자 했지.

허나 어쩜 그리도 무르던지, 손에 쥐려 하면 손틈새로 빠져나가 버리니 참. 그래 내가 못된 것 같구나.

그 붉은 빛깔에 눈이 멀어 욕심을 내었다. 품 안에 한 번만 담아 보고 싶었어. 왜냐하면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었거든.


한껏 벌레가 파먹은 듯 속에 피눈물이 고여 흐른다. 붉디붉은 널 집어삼킬 만큼 아려와. 아, 이리도

쓰린 봄인걸. 사실 겨울 무렵부터 알고 있었다. 그 사과나무를 처음 마주했던 그 매서운 겨우내.

내 봄이 얼마나 쓰리고 아플지 알고 있었던 게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내 운명이었다면, 시간을 되돌린대도 아플 미랠 바꿀 순 없어.


그릇된 운명이 내 눈앞을 가려 찰나의 어리석은 짓을 한 거야.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 절대

널 망치고 싶지 않았어. 왜 네게만 한 없이 서툴러지는 걸까. 왜 하염없이 실수하는가. 더 이상

흘러가는 운명에게 놀아나고 싶지 않아. 끝이 보일 이야기에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 졌다.

그냥 이 순간에서 영원히 멈춰있고 싶었어.


난 더 이상 사과를 손에 쥐고 싶지도 않고 모른 척 외면하기도 싫어. 불현듯 사과가 내게 굴러온다면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되겠지. 하물며 내가 다른 열매를 찾아 떠나거나, 다른 이가 그 사과를

낚아채갈 수도 있고 말이야.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내 손을 그리로 당겨주지 않았을까.

이리 애석하게 내 눈앞을 계속 가리시니, 그 운명이란 작자는 나보고 사과 곁에서 멀어지란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늘도 무정하시지. 참 나쁜 양반. 내 속도 모르시고 저리 쨍하시니 더 꼴사나우시요.



수필-2025.04.24

옮김-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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